삼성전자가 사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조직을 한데 묶는 대대적인 판 짜기에 돌입한다. 최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하드웨어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제어’로 이동함에 따라, 조직과 인력의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산하의 ‘미래로봇추진단’과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리서치 내 로봇인재, 생산기술연구소 등 여러 갈래로 분산된 로봇 R&D 및 사업화 조직을 통합한 전담 조직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후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갖추고 수익성이 확보되면 정식 ‘사업부’로 승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직 개편과 함께 오준호 단장을 대신해 새로운 수장을 내세울 가능성도 높다. 새 통합 조직의 간판으로는 ‘HX(휴머노이드 경험·Humanoid Experience)’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9일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 현장 뿐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에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위상제고에 맞춰 핵심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로봇 관련 3개 직무를 포함한 대대적인 사내 공모(잡포스팅)를 진행했다. 이미 부사장급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출신 우수 인재도 다수 수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통합과 인력 재배치를 앞두고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소속 경영진단팀이 로봇 조직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벌이기도 했다.
차준홍 기자
업계에선 이르면 올 하반기 삼성전자가 만든 로봇이 자사 생산라인에 투입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은 지난 1월 “생산 거점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 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서 쌓은 역량과 기술력을 발판 삼아 산업용(B2B) 시장은 물론, 향후 일반 소비자용(B2C) 시장까지 차례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도 이미 상당한 기술적 성과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리서치를 중심으로 ‘유동체’(전선 등 흔들리는 물체)를 조립하고 꽂는 로봇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형태가 고정된 물체를 옮기는 기술과 달리, 형태가 수시로 변하는 물체를 정밀하게 제어해 물리적으로 꽂는 작업은 제조 로봇 분야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그간 삼성은 로봇 손(hand) 중심의 요소기술을 개발해왔으며 공장에 투입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 고도화와 학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생태계를 확장할 방법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로봇 주요 부품을 내재화해 자사 로봇에 최적화된 맞춤형 부품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업체와 협력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필요하면 투자와 인수 합병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자체가 자산”이라며 “50조~100조원의 가치를 지닌 실제 제조 현장의 움직임(행동 데이터)을 고스란히 로봇 학습에 쓸 수 있기 때문에 휴머노이드를 현장에 보다 빨리 투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