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부동산 세제 개편 토론회에서 주택 수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는 현행 체계를 주택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고,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쏟아졌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공제도 보유 기간이 아닌 실거주 기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재경부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세제 토론회를 열었다. 구 부총리는 “주택은 사는 곳(거주)인데 정부 정책이 사는 것(투자)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정책적으로 도운 것이 바람직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초고가 주택을 겨냥해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유튜브 채널 ‘광수네복덕방’을 운영하는 이광수 대표는 “40억원(시세 기준) 이상 아파트의 실효세율을 크게 높여야 한다”며 “약 3만 명이 대상인데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들을 위해 세율을 다시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공시가격 15억짜리 주택 한 채를 가진 소유자와 두 채를 합쳐 공시가격이 15억원인 소유자는 보유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은 같지만, 두 채 소유자가 종부세를 2배 이상 많이 낸다”며 “지방의 여러 채보다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부세 세액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 기간과 연령에 따라 최대 80%를 공제한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는 “5년 이상 거주하면 10%, 이후 5년마다 10%포인트씩 높여 최대 40%를 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도 쟁점이 됐다. 현재 1주택자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총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심 교수는 “보유만 해도 최대 40%를 공제하는 제도가 투기적 수요를 촉진했다”며 보유 기간 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은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실거주자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위해 양도세 부담을 없애되, 투자 자산의 양도소득은 원칙대로 과세해야 한다”며 “고가 주택에는 공제 한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토론회가 정부가 이미 정한 세제 개편 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에게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 여부, 가격 기준 등에 대해 댓글로 의견을 달라”고도 했다. 구 부총리도 실거주자 중심의 주택시장 구축을 세제 개편 목표로 제시해 왔다.
정부는 23일에는 이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대토론회를 연다. 재경부는 토론회 내용 등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말 부동산 세제 조정 방안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