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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는 달았지만, 공익채권 부채만 1조…“고용 연쇄붕괴 막아야”

중앙일보

2026.07.16 02:28 2026.07.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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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전경. 뉴스1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전경. 뉴스1

파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일단 고비를 넘겼다. 16일 메리츠화재·증권·캐피탈은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긴급 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연대보증을 서는 조건이다.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 운영 자금인 2000억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지적한 자금을 마련한 홈플러스는 오는 20일 법원에 이런 협의 내용을 반영한 즉시항고를 제기할 예정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회생 절차는 재개되고 긴급 운영 자금이 집행된다. 홈플러스는 이날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절차를 이어가는 한편 마지막 단계에 있는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고 잔존 사업부문(본사·대형마트·온라인)의 매각을 추진해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파산은 피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법원이 즉시항고를 받아들여도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수정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채권단 동의를 얻고 법원의 인가 절차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때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수를 찾기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매각이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 이후 꾸준히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126개였던 점포는 현재 67개로 줄었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알짜로 손꼽혔던 수퍼마켓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NS홈쇼핑 품에 안겼지만, 나머지 잔존 사업부문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유통업계에선 남은 점포를 한꺼번에 팔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입지의 점포만 골라서 살 수 있다면 인수 희망자가 나설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 남은 부실 점포 처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로서 (기존 1000억원에) 추가 1000억원 지원은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번 필수 자금 지원이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경영 정상화의 마중물이 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홈플러스가 지급해야 할 공익채권(급여·물품거래대금 등)은 1조원 수준(지난해 4월 기준)이다. 이 중 현재 연체된 공익채권(6월 말 기준)만 7455억원이다. 600여 개 납품업체가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납품 물량을 축소했고 점포는 팔 물건이 없어 텅 비었다. 결국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 전 점포가 휴업 중이다.

영업을 재개하려면 체불 거래대금부터 지급해야 하지만, 밀린 인건비 등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당장 체불임금 332억원을 비롯해 퇴직금 예치 600억원, 폐점 점포 보상비 600억원 등이 필요하다. 더구나 납품업체들은 그간 납품 후 30~45일 후 받았던 거래대금을 1~2주 만에 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개 금융시장 차입이나 장기 외상거래 등을 통해 운전 자금을 확보하는데 홈플러스는 시장성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하고 현금 흐름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개시 이후 투입된 신규 자금 3200억원이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뉴스1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뉴스1

‘연쇄 고용 붕괴’ 우려도 크다. 지난 1일 홈플러스 협력업체들은 국민신문고에 ‘홈플러스에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4603개 협력사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홈플러스를 통해 발생한다. 홈플러스가 파산하게 되면 수많은 중소 협력사들도 판매 채널을 잃고 무너지고 수만 명의 직원들도 일터를 잃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을 제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1만2000명 홈플러스 직원과 납품업체, 입점업체 종사자의 생계가 위태로워진다”며 “무엇보다 대주주가 손실도 부담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필수조건인 ‘납품→ 판매→ 결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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