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주요 매니지먼트사 3사 및 영화 제작업계와 함께, 영진위의 중예산 영화 지원 사업 선정작에 대해 배우 출연료를 작품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책정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올해 영진위의 이 사업 선정작 중엔 배우 구교환(오른쪽부터) 출연 예정작인 '정원사들'과 문가영이 출연 검토 중으로 알려진 '투피스'도 포함됐다. 사진은 두 배우가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 '만약에 우리' 한 장면. [사진 쇼박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제작사-매니지먼트사 간 협약’을 체결했다. 영진위의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작품의 배우 출연료가 순제작비 10% 미만으로 책정되도록 매니지먼트사·제작사·투자배급사 등이 협조해달라는 게 골자다. 가령 순제작비 50억원 영화가 이 사업에 제작 지원 받으려면 주연 배우 1명의 출연료를 5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길 권고한다는 것이다.
이번 협약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프로듀서조합을 비롯해 대형 매니지먼트사 3곳이 참여했다. 이병헌·한지민·박보영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공유·공효진·전도연·수지 등의 매니지먼트숲, 김소연·배종옥·추영우 등의 제이와이드컴퍼니 등이 정부의 이번 출연료 권고에 동참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정부는 “이번 협약은 강제성이 없는 (업계 상생을 위한) 도덕적 합의 성격을 가진다”면서 추후 “민간 주도 자율 협의체를 구성해 제작 환경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영진위의 중예산 영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염혜란 주연 영화 '내 이름은' 한 장면. 영화에서 제주 토박이 주인공 정순(염혜란)은 잃어버렸던 어릴 적 기억을 되밟으며 전통 춤사위로 깊은 슬픔을 승화해 표현한다. 사진 CJ CGV, 와이드릴리즈
영진위의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은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한 한국영화 생태계 회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대작에 비해 신인 등용에 열려있고, 한정된 예산에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허리급 영화 제작을 촉진해 한국영화를 다시금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총 지원 예산 1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2차 지원을 합쳐 460억원으로 확대됐다.
앞서 올초 발표된 1차 지원 선정작 16편의 출연진 중엔 스타 배우도 있다. ‘정원사들’(감독 남동협)의 송강호·구교환·송승헌과 ‘당신의 과녁’(감독 변영주)의 고현정과 박정민, ‘투피스’(감독 민용근) 출연을 검토 중인 문가영 등으로, 이 배우들은 모두 이번 정부의 출연료 협약과는 무관한 소속사로 파악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이 올해 지원작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추후 출연료 협약 참여 매니지먼트사를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상생 시도가 환영할만하지만, 실효성은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용 대상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규모 20억~100억원 미만 ‘중예산영화 지원 사업’ 선정작에 국한돼 있어서다. 지금껏 고액 출연료 논란은 대부분 총제작비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시리즈물이 주범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배우 고현정 차기 주연작인'당신의 과녁'도 올해 영진위의 중예산 영화 지원 사업 1차 공모에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팔라초 펜디 서울에서 열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데뷔 컬렉션 론칭 행사에 고현정이 참석한 모습이다. 뉴스1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예산 영화들은, 기존에도 톱스타들이 출연할 경우 스스로 제작 의도에 동참해 출연료를 낮추고 흥행 결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미 자율적인 방식으로 출연료가 조정돼온 상황인데 타의(관 주도 협약)에 의해 규제(권고)하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라면서 “자칫 중예산 영화에 대해 ‘평소 배우들이 얼마나 받았기에 (정부까지 나섰냐)’라고 공격하는 빌미를 만드는 계기가 될까봐 우려된다”고 본지에 전했다. 또 다른 제작 관계자는 “협약이 있어도 실제 매니지먼트사들이 얼마나 협조해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