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영의정(정1품)은 최고 의결기관인 의정부 수장으로 오늘날 국무총리에 해당한다. 수도 한양을 관할하는 한성부 수장 한성판윤(정2품)은 오늘날로 치면 서울시장이다. 한성부는 정책·예산 등을 의정부에 보고하고 승인받아 시행했다. 관원 인사도 의정부 검토를 거쳤다. 둘은 이처럼 행정계통에 따른 상하관계다. 그럼에도 한양의 실질적 통치에서 한성판윤은 영의정도 침범할 수 없는 권한을 가졌다. 민·형사 소송을 판결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사법권을 행사했다. 도성 방어와 순라 등 치안도 통제했다. 게다가 좌·우참찬 및 육조판서와 함께 9경의 일원으로서 어전회의에도 참여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장관 등으로 구성된 헌법상 최고 국정 심의기관이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이지만 국무회의에 상시 배석해 발언할 수 있다. 시의 행정·예산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국가 정책과도 밀접히 연계돼 조율과 공조가 필요해서다. 1972년 유신 직후 시작된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배석 관례는 2003년 노무현 정권 들어 폐기됐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은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상시 배석을 대통령령으로 명문화했고, 최근 관련 규정이 개정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 4명의 지자체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발언권을 신청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를 불허하고는 “시장님이 주실 건은 서류로 받겠다”고 말했다. 상황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고 유튜브 중계를 지켜봤던 국민 마음도 편치 않다. 영의정과 한성판윤 간 명시적 갈등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안 보인다. 긴장만 행간에서 엿볼 수 있다. 숙종 때는 시전상인 과세를, 영조 때는 청계천 준설을, 정조 때는 도성 내 불법가옥 철거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대부분 민생을 둘러싼 대의(영의정)와 현실(한성판윤) 간 충돌이다.
혹시라도 국무총리와 서울시장이 갈등한다면 어떻게 해결할까.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피력한 권력서열론이 답일까. 주권자(국민)의 표를 받아 선출된 1차 권력이 임명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2차 권력보다 우위라는 그 주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