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보수 주자로 꼽히는 5인방 사이의 물고 물리는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뚜렷한 원톱 주자 없는 보수 진영의 권력 진공 상태가 계속되자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최근 활발히 전선을 형성하는 건 4선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안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틀 전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제지한 데 대해 “오 시장이 병풍입니까. 이 대통령은 천만 서울시민께 사과하십시오”라고 적었다. 안 의원은 지난달 리더십 위기에 내몰린 장동혁 대표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 요구보단 속도 조절론을 피력하며 연대의 끈을 이어갔다.
그런 안 의원은 최근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는 한없이 냉혹하다. 안 의원이 지난 8일 법정에서 “비상계엄 당시 당사로 모이라고 처음 공지한 인물이 한동훈 당시 당 대표”라고 증언을 한 것을 두고 한 의원이 “사실 왜곡”이라고 공격한 게 발단이었다. 안 의원은 지난 12일 한 의원을 겨냥해 “왜 그날의 역사가 한동훈 한 사람의 영웅 서사가 돼야 하느냐. 우리 당에 얼씬도 말라”고 역공했고, 15일엔 “창당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2025년 4월당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결과 발표 전 한동훈, 안철수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한 의원도 물러서지 않으며 안·한 의원의 적대 관계는 더욱 뚜렷해졌다. 한 의원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 본인이 창당하신대요?”라고 반문하며 “저는 돌아간다고 말했다”고 창당론을 일축했다. 한 의원은 과거 원한 관계였던 장 대표와도 여전히 날선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그분(장 대표)이 저한테 어떻게든 싸움을 걸어서 (당권을) 연명해보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날 장 대표가 유튜브 ‘펜앤마이크TV’에 출연해 “(한 의원이) 국민의힘은 사지로 몰아넣고 갑자기 복당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고 말한 걸 비꼰 것이다.
한 의원은 지난 10일엔 “개혁신당이 자작극을 언제 알았는지 밝히라”며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테러 자작극’ 문제에도 참전하며 전선을 넓혔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서로 간 언급을 최소화하며 ‘전략적 불가침’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다른 빅샷과 트러블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안 의원과는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 오찬을 가졌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도 식사를 제안한 상태다. 또 지난달 16일 장 대표를 겨냥해 “자리보전용 (재선거) 구호를 멈추라”고 공개 비판한 이후 한 달째 장 대표의 거취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2025년 5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스프링페스타 WONDER SHOW'에서 개막식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계엄을 자신(한 의원)의 정치적 분칠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일갈하는 등 이 대표와 한 의원은 유독 적대적이다. 이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서도 지난 15일 SBS 라디오에서 “권위만 유지하는 신성로마 제국 황제 같다”고 평가하는 등 냉소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같은 엇갈린 관계에 대해 “보수 재편을 앞두고 차기 주자 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며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력 주자 중 유일한 원외 인사인 오 시장은 차기 당권과 무관한 만큼 다른 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차기 당권 의지가 강한 안 의원은 전통적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비토 정서가 강한 한 의원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24년 12월 12일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남 중진 의원은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은 만큼 이들의 관계는 전략적 유·불리에 따라 계속 뒤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