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자란 시베리아호랑이 ‘사랑’이 미국으로 떠났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시베리아호랑이의 번식을 위한 조치다.
서울대공원은 “시베리아호랑이 사랑이가 유전적 다양성 확보와 종 보전을 위해 지난 15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동물원으로 이동했다”고 16일 밝혔다.
암컷 호랑이, 콜럼버스동물원으로 떠나
서울대공원의 시베리아호랑이 ‘사랑’. [사진 서울시·서울대공원]
사랑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껏 한국에서만 생활한 순수 국내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이 2011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선물한 호랑이 로스토프가 아빠다. 사랑이의 아빠 로스토프는 지난 2013년 방사장 문을 열고 나와 사육사의 목을 물었던 맹수다. 사랑이의 엄마는 역시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시베리아호랑이 펜자이며, 사랑이는 2022년 4월에 태어난 암컷이다.
미국 땅을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사랑이가 갑자기 도미(渡美)한 건 국경을 넘어 종을 잇기 위해서다. 서울대공원은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가 운영하는 글로벌 종관리계획(GSMP)과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가 운영하는 종보전 프로그램(SSP)의 혈통 관리 계획에 따라 사랑이가 미국으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시베리아호랑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야생 개체 수는 현재 500마리 이하로 남아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시베리아호랑이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는 국제호랑이혈통서(International Studbook)를 작성해 전 세계 동물원의 시베리아호랑이 혈통을 관리하고 있다. 사랑이 역시 국제호랑이혈통서에 등재된 시베리아호랑이다.
박진순 서울대공원장은 “호랑이는 근친교배를 하거나 혈통이 모호하면 국제기구에서 호랑이 취급을 안 하는 데, 사랑이는 엄마·아빠 혈통이 확실한 정통 호랑이”라며 “콜롬버스동물원엔 수컷만 있어서 우리(서울대공원)에게 암컷 호랑이를 보내달라는 권고가 있어 사랑이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랑이의 엄마인 시베리아 호랑이, 펜자. [중앙포토]
사육사 목 물었던 로스토프가 아빠
서울대공원의 시베리아호랑이 ‘사랑’이가 미국 콜럼버스동물원으로 떠났다. [사진 서울시·서울대공원]
사랑이의 새 보금자리가 될 미국 콜럼버스동물원은 동물원과 수족관을 함께 운영하는 기관이다. 현재 수컷 시베리아호랑이 2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콜롬버스동물원은 시베리아호랑이가 번식해 대를 이어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사랑이는 미국 도착 후 검역을 통과하고 일정 기간 현지 적응 과정을 거친 뒤 번식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베리아호랑이의 종 보전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공원은 지난 2019년부터 시베리아호랑이 종 보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종보전 프로그램 권고에 따라, 서울대공원은 지난 2019년에도 암컷 호랑이 한라를 일본 와카야마현니시무로군에 위치한 복합테마파크인 ‘어드벤쳐월드’로 떠나보냈다. 한라는 여기서 여러 차례 번식에 성공하며 활발히 종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