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17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답사하고 있다. 뉴스1
“와, (휴대폰으로) 이렇게 확대하니 보인다. 고래인가? 무슨 동물이지…?”
지난 17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 현장. 대곡천 건너서 보이는 깎아지른 암벽을 휴대폰 화면에 담던 아르디 안도노(51)가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우중쿨론 국립공원의 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인근 천전리 암각화 포함)의 희귀한 가치를 바로 알아챘다. 그는 휴대폰 화면 속 동물 그림을 확대해 보여주면서 “이곳 선사인들은 어떤 종류의 동물이 있는지, 그들이 무얼 먹고 하루 종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후손들에게 설명하려 했다”면서 “영리하고 훌륭한 묘사”라고 감탄했다.
안도노 소장은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7월19~29일) 참가차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 국제회의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보존 및 보호 방안 등이 논의된다. 이날 행사는 위원회 기간 중에 열리는 제8회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의 일환이었다. 현직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69명 및 국내외 전문가, 진행요원 등 총 100여명이 약 열흘간의 일정을 함께 한다. 현장답사 첫날인 17일엔 오전부터 경주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을 둘러보고 울산에서 반구천 암각화 일대를 누볐다. 모두 한국이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이 가운데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해 7월 등재된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이다. 1970년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73년 국보 지정)와 이듬해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95년 국보 지정)를 아우른다. 약 6000년 전 신석기 말부터 선사인들이 남긴 다양한 그림과 도형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문제는 암각화 발견 이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으로 인해 바위그림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유네스코는 등재 때도 원형 관리·보호 체계를 보완하라는 단서를 붙였다.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17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답사하고 있다. 뉴스1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 참석자들이 17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답사했다. 한 참석자가 현장에 설치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암각화의 세부 그림을 확인하며 카메라에 담는 모습. 사진 국가유산청
반구천 현장 방문에 앞서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유에코(UECO)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소개됐다. 프랑스·독일·싱가포르 등 50여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수십년 간의 갈등과 해결 방안을 주의 깊게 들었다. 국가유산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자원공사, 울산광역시 등을 대표한 한국 측 발표자들은 약 25년 간에 걸친 노력 방향을 설명하면서 올해 안에 수문 설치 공사가 시작되고 주민협의체 활성화를 위한 통합관리센터도 설립된다고 소개했다. 잠비아·아랍에미리트(UAE)·알바니아·앤티가바부다에서 온 참석자들은 해당 국가의 비슷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티릴 드와르스키는 “한국에서 수십년간 댐 수위 조절 문제로 토론하고 수문 설치를 합의해온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알프스 주변 6개국(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에 분포한 선사시대 말뚝주거 정착지를 한데 묶은 세계유산 ‘알프스 주변의 선사 시대 말뚝 주거지(Prehistoric Pile Dwellings around the Alps)’의 오스트리아 측 현장 관리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드와르스키는 “암각화와 관련해 이처럼 긍정적인 접근 방식이 없었다면 등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나 이크롬(ICROM) 같은 데서 ‘급수 문제와 유적지 간의 갈등으로 인한 압박이 있어 너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장에 와보니 주변 풍광이 잘 보존된 가운데 첨단 디지털 기기가 설치돼 있어 멀리 있는 유적을 세밀히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17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유에코(UECO)에서 열린 제8회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반구천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한국 측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세계유산 관리자들 간의 소통과 이해 증진을 목표로 하는 이번 포럼은 경주 월성과 쪽샘고분 현장 방문(2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의 7개 고분군 중 하나인 김해 대성동고분군 답사(23일) 등으로 이어진다. 이 기간 본회의 참석과 선언문 채택도 예정돼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등재, 보존 및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로 한국은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지 38년 만에 처음으로 위원회를 개최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7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록된 참가자 수가 2700명을 넘어섰다”면서 “센터에서도 역대급 등록 열기에 놀라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 등록 참가자는 3000명 이상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부산에선 벡스코를 중심으로 사전 부대행사가 이미 진행 중이며 19일 오후 6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 행사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