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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 박정근 개인전 ‘404: Page Not Found’[포토타임]

중앙일보

2026.07.18 18:35 2026.07.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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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근, 희권영애 이야기(주단잠바) 2023.

©박정근, 희권영애 이야기(주단잠바) 2023.

사진작가 박정근의 개인전 ‘404: Page Not Found’가 23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작업을 위해 제주로 이주까지 감행한 작가가 오랜 시간 제주를 무대로 촬영해온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제목‘404: Page Not Found’는 HTTP의 응답 코드 중 하나로, 파일을 찾지 못했을 때 나오는 오류 코드에서 착안했다. 이는 제주4·3이 단순한 이미지나 설명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깊은 역사임을 상징한다.
  ©박정근, 기시리용상 오태경 2018.

©박정근, 기시리용상 오태경 2018.

작가는 제주4·3을 둘러싼 이념적 갈등에서 출발해, 생존자와 유족의 삶, 그리고 그들의 일상에 남은 사건의 흔적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그는 사건이 남긴 상처와 기억, 그리고 이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추적했다.
  ©박정근, 여자생각 안나게 하는 담배 2021.

©박정근, 여자생각 안나게 하는 담배 2021.

‘사소한 위로_오태경’은 제주4·3과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오태경의 생애를 되짚으며, 한 인간의 삶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구성한다. ‘희권과 영애 이야기’는 같은 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부부가 되고, 혹독한 세월까지 함께 견뎌온 두 사람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기록했다. ‘할머니,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연작은 제주4·3 생존자들의 초상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 남아 있는 상처와 기억을 보여준다.
  ©박정근, 바다, 엇갈림 2025.

©박정근, 바다, 엇갈림 2025.

  ©박정근, 기억, 변주 2025.

©박정근, 기억, 변주 2025.

또한,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이어지는 밀항의 경로를 따라 기록한 바다는 생존자들에게 목숨을 건 탈출의 현장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세상에 없는 나무’ 연작은 평범한 마을의 나무와 풍경을 통해 역사의 현장을 묵묵히 기억하는 또 다른 ‘목격자’를 이야기한다.
박정근은 사진 매체의 한계를 오히려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현재를 기록하는 사진은 과거를 완전히 복원하거나 증명할 수 없다는 것. 시간이 스며 있을 현실의 무언가를 통해 끝내 되돌아가 닿을 수 없는 역사를 드러내고자 한다.
  ©박정근, 세상에 없는 나무 2023.

©박정근, 세상에 없는 나무 2023.

결국 ‘찾을 수 없는 페이지’는 여기서는 오류 메시지가 아니라, 절대 닿을 수 없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역사 앞에서 끊임없이 이해하려는 태도를 요구하는 작가의 노력이다. 작가는 관람객은 생존자의 얼굴과 목소리, 장소와 풍경, 그리고 사진이 담아내지 못한 시간을 통해 제주4·3을 현재에도 이어지는 삶의 역사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오프닝은 7월 23일 오후 5시.

박정근 개인전 포스터

박정근 개인전 포스터




박종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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