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 ‘호프’가 개봉(15일) 5일 차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19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후 1시께 ‘호프’가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해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군체’의 기록(5일 차 저녁)을 넘어 올해 최단 기간 200만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개봉 첫날 33만명이 관람한 ‘호프’는 제헌절(17일) 연휴 시작과 함께 하루 5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단 기간 100만 관객 기록(3일 차)도 세웠다.
‘나홍진 신작’에 대한 궁금증이 제헌절 연휴를 만나 초반 흥행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나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2016)까지 장르를 변주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688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해석 열풍을 부른 ‘곡성’ 이후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손꼽혀 왔다. 그가 내놓은 10년 만의 신작이 블록버스터 장르물로는 드물게 올해(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칸 영화제 측이 나 감독 신작 제출을 기다리다 미완성본으로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첫 상영)를 진행한 것도 화제였다.
뚜껑을 연 결과, 대중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추격 액션의 정교함, 밀도 높은 촬영에 대해 호평이 나오는 한편 허술한 특수시각효과(VFX), 평면적 스토리, 외계인 사연을 급히 마무리하는 엔딩에 대해선 혹평이 나왔다. 일부 관객들은 개봉 당일부터 ‘막말’ 리뷰를 쏟아내기도 했지만, 곧이어 내용을 면밀히 해석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발발한 ‘호불호 평가의 격돌’과 ‘해석 전쟁’이 연휴 후반부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유튜브 채널 ‘파이아키아’에서 “‘곡성’ 때도 초반에 호불호가 갈렸고 저처럼 극찬한 평론가도 굉장히 드물었다. 이번에도 저는 굉장히 호감을 느끼는 쪽”이라고 밝혔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이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데, 외계인의 시점에서 인간을 보는 장면을 넣으면서 외계인을 주체적인 타자로 만드는 방식이 굉장히 인상 깊다”고 말했다. 심영섭 평론가도 페이스북에 올린 리뷰에서 “이해하기 전에 두려워하고, 두려움보다 먼저 공격하는 인간의 본능. 오해는 순식간에 폭력이 되고, 폭력은 농촌의 평화로운 공간을 광기의 전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호프’는 ‘진격의 거인’의 거대 생명체와 ‘매드 맥스’의 질주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농촌 코미디와 괴수 영화, 한국형 SF를 뒤섞어 독특한 장르적 세계를 구축한다”라고 평가했다.
19일 서울의 한 영화관 앞 상영중인 ‘호프’ 예고편. [연합뉴스]
반면 영화 유튜버 라이너 등은 “속편을 기대하기에 앞서, 영화 내에서 서사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나홍진이라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진격의 거인’ ‘아바타’ 등에서 본듯한 크리쳐(외계인) 디자인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된다.
관객들도 SNS와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스토리 개연성을 떠나 액션 연출 자체가 한국 영화 수준을 넘어섰다”거나 “대사가 너무 1차원적이고 후반부 액션도 뒤로 갈수록 반복돼서 피로하다” 등이다.
작품 해석도 다양하다. “(죽을 법한 상황에도 생존하는) 조인성은 외계인의 후손이다” “주인공은 외계인이고, 괴물은 인간이다.” “외계인 아이가 역설적으로 지구와 외계 문명을 잇는 유일한 ‘희망(HOPE)’이다.”등이다.
이는 ‘호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이다. 긍정적인 평가도 부정적인 평가도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다”는 후기가 공통적이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오락 영화’로서 보는 재미는 훌륭하지만 스토리의 카타르시스는 부족하고, 사이언스 픽션(SF)이라기엔 크리쳐 CG와 서사가 아쉽다. 욕설과 B급 유머에 대한 호불호도 크게 나뉜다. 이런 탓에 스토리의 정교한 기승전결이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를 기대한 관객은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반면 장르적 쾌감에 집중하거나 나홍진 영화 특유의 메시지 읽어내는 재미 느낀 경우는 ‘역대급 영화’라는 호평도 가능하다. 나홍진은 이번에도 ‘무지 속에 진실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 질주하는 인간’을 그렸다. ‘세상에 고통을 일으킨 악의 특성에 대한 통찰’은 전작보다 가볍고 장르적인 색채로 ‘힌트를 주듯’ 담았다.
궁금증이 견인하는 화제성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의 실시간 예매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31.6%로, 29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42.2%)에 이은 2위로 내려앉았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최근 관객들은 부정적인 입소문에 쉽게 흔들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호프’는 긍정적, 부정적 입소문 모두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어서 양상이 조금 다르다”며 “SNS에 놀이하듯 관객 평가가 쏟아지고 있어, 아직 평일 예매율로 추이를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