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삼전닉스’에 들어가 봤자 큰 의미 없어요. 차라리 미친 척하고 전력망 기업에 3000만원을 투자하면 10배 수익이 터질 수도 있는 거예요. (김경필 머니트레이닝랩 대표) "
"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가동돼야 반도체 기업의 장기 계약이 이어지죠. 전력이 곧 병목입니다. (윤지호 경제평론가)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구처럼 시간을 돌이켜 지난 6월 26일 ‘재트페(중앙일보 재테크 트렌드 페어)’로 돌아가 전문가의 이 조언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당시만 해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25일 종가 기준)는 각각 290만원, 35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미 당시에도 발 빠른 투자자들의 눈길은 ‘삼전닉스는 이제 됐고, 그다음은’으로 향했다. 이들을 향한 연사들의 답은 하나였다. 바로
전력 인프라다.
박경민 기자
그러나 막상 메모리 반도체가 큰 폭의 조정을 거치자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메모리 반도체에 들어갈 기회일까, 아니면 다음 유망 섹터로 갈아타야 할까. 삼전닉스의 주가가 빠질 때 다른 인공지능(AI) 관련주는 더 빠지는 게 아닐까.
더구나 ‘삼전닉스’는 투자 대상이 굉장히 심플했던 반면 전력 인프라는 선택지가 많다. K전력 삼총사(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뿐 아니라 GE버노바·버티브홀딩스 등 해외 기업도 많은 데다 ETF의 세계는 훨씬 더 초식이 복잡하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머니랩이 삼전닉스 다음 유망주로 꼽히는 전력 인프라를 집중 분석했다.
이를 위해 ▶해외 전력 인프라 액티브 ETF 중 시가총액 1위인 ‘TIGER 글로벌AI전력인프라액티브’의 책임 운용역인
정한섭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리서치센터 본부장과 ▶국내 AI 전력 인프라 핵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패시브 ETF인 ‘ACE 코리아AI전력TOP10’을 설계한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을 심층 인터뷰했다.
재트페가 ‘힌트’를 줬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오늘 머니랩에선
▶K전력 삼총사 중 ‘원 픽’ ▶한국에는 없는 미국 알짜 종목 ▶전력 인프라 ETF 투자 전략 등을 콕 집어 소개한다.
Q : 왜 전력 인프라가 ‘넥스트 삼전닉스’로 꼽히나.
남용수=현재 포트폴리오에서 전력 인프라 섹터가 없다면 반드시 담아 두는 걸 추천한다.
AI 생태계에서 결국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건 ‘병목’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시작된 주도주 흐름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거쳐 중앙처리장치(CPU), 광통신, 범용 D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다음 주목해야 할 병목이 어딜까. 바로 전력이다. 지금 메모리 업체들이 장기공급계약 덕분에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큰데
빅테크는 이미 20년짜리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있다.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만난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전력 인프라 섹터는 메모리 가격처럼 분기 이익을 흔드는 변수가 적어 안정적이라는 강점이 있다”며 “AI 모델의 승자가 누구이고, D램 메모리 진영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되는지와 무관하게 전력은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에 꾸준히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정한섭=앞으로 나올 호재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전력 인프라 섹터가 더 매력적이다. 기술 변화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AI 가속기 신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AI 서버 랙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400V대 교류(AC) 배전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7년부터 800V 직류(DC) 배전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인데,
데이터센터의 전력 시스템이 아예 바뀌면서 신규 제품의 출시로 인한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
Q : 주가수익비율(PER)만 보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게 아닐까.
남용수=국내 대표 전력기기주의 PER는 지난해 이익 기준 약 38배, SK하이닉스는 약 10.5배다. 반도체 대표주보다 훨씬 비싼 셈이지만
수주잔고가 더 탄탄하고 메모리 가격처럼 분기 이익을 흔드는 변수가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1분기 신규 수주는 합산 8조3000억원으로, 곳간에 쌓인 일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만난 정한섭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가스터빈과 변압기 주요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며 “실제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실적이 추가로 개선될 여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정한섭=여전히 AI 산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조차 연초 이후 상승률이 5%에 그친 것은 엔비디아의 경쟁력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력 인프라 섹터는 지금도 주가에 밸류에이션이 덜 반영됐다고 본다. 메모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산이라면 전력은 완만하게 오르는 능선 같은 성격인 만큼, 상승 흐름이 내년과 내후년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본다.
3800%. 반도체 장비 기업 한미반도체의 지난 4년간 주가 상승률이다. 2022년 반도체 불황으로 1만1000원대에 불과했던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해 6월 장중 최고가 기준 42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상승률 670%(5만5300원→37만4500원)를 가뿐하게 넘었다.
‘슈퍼 개미’ 이정윤 세무사. 우상조 기자
4년 전 이 한미반도체를 정확하게 지목한 투자자가 있다. 29년 차 개인투자자 이정윤 세무사(밸런스에셋)다. 그는 2022년 저서 『성장주에 투자하라』(베가북스)를 통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록적 성장을 예측했다. 최근엔 『슈퍼개미 이정윤의 성장주 집중 투자』에서 향후 10년 동안 10배 수익을 안겨다 줄
새로운 ‘텐배거’를 꼽았다.
이 대표는 1998년 1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해 3년 만에 100억원대의 수익을 달성하는, 개미들의 꿈과 같은 일을 실현했다. 2013~2016년 키움 실전투자대회에서 4년 연속 수상했고, 2017년엔 샘표식품의 지분을 10% 가까이 사들이며 오너보다 지분이 많은 ‘슈퍼 개미’로 유명해졌다. 지난 3월엔 이재명 대통령이 주관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 개인투자자 대표로 초청돼 청와대를 찾았다. 허영만 화백은 이 대표를 ‘주식 타짜’로 인정해 그와의 대담을 엮어 지난해 책을 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수익률이 좋다고 반도체 비중을 늘리면 개인투자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이 대표는 “한국에서 나오는 뉴스만 보다간 반도체 버블이 꺼지기 전에 탈출하지 못한다”며
“반도체 호황의 끝을 알리는 결정적 신호로 ‘이 숫자’를 유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반도체 호황에 가려졌지만, 곧 가파르게 성장할 ‘성장 산업’과 ‘성장주’도 짚었다. 이 대표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반도체와 더불어 이 ‘두 가지’ 성장 섹터를 지금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주식 투자의 고수로 만들어준 ‘삼박자 투자법’과 일상에서 성장 산업을 발견하는 이 대표만의 방법까지 자세하게 전한다.
반도체 주가가 떨어지니까 코스피가 같이 떨어진 거죠. 사실 이건 굉장히 극단적이고 특이한 상황입니다. 25일 거래 대금 기준으로 하면 상위 30개 종목 중에 삼성전기와 현대차 빼고 28개 종목이 반도체 관련주예요. 반도체가 거의 모든 거래 대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거죠. 이렇게 코스피의 변동 폭이 너무 큰 상황에선 지수가 오르는지 떨어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개인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죠.
지금 코스피는 2280포인트였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약 4배가 오른 상황입니다. 결국 반도체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코스피가 그만큼 뛴 건데요. 25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서 관련주가 6개 들어 있어요.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있고요. SK하이닉스 지분을 가진 SK스퀘어와 지주회사 SK도 있습니다.
만약 내 포트폴리오에 반도체 주식이 없다면 코스피가 4배나 올랐어도 수익이 전혀 안 나고 있을 겁니다. 반대로 반도체만 가지고 있다면 매우 큰 수익이 나고 있을 거예요. 수익이 없는 분들은 포트폴리오에 반도체를 추가해야겠고, 반도체만 가진 분들은 조정에 대비해서 섹터를 분산하는 게 좋겠죠.
Q : 반도체 불황이었던 2022년에 핵심 성장주로 한미반도체를 지목했던 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였습니다. 4년 사이 한미반도체 주가는 최대 3800%까지 상승했고요.
그때만 해도 시장에서 ‘반도체는 죽었다’는 말이 나올 때였어요. 그런데 제가 자세히 뜯어보니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는 떨어지는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소부장 기업들 재무제표를 보면서 매출액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을 추려냈죠. 그중 한미반도체도 있었던 거고요.
Q : 앞으로 한미반도체처럼 텐배거를 달성할 거로 보이는 종목이 지금도 있을까요?
아직은 반도체죠. 다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대형주로 텐배거를 달성하긴 힘들 겁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각각 2000조원 가까이 되는데요. 그 대형주들이 텐배거가 되려면 시총이 2경원이 돼야 하잖아요. 현실적이지 않은 숫자죠.
그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보유한 분들은 추가 매수하시면 안 됩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