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한국 경제의 과도한 ‘반도체 쏠림’이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부문의 높은 임금 수준과 투자 수익률이 다른 부문의 인력과 투자를 흡수해 성장 기반을 잠식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19일 공개한 ‘BOK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 장비 투자의 60%를 수입에 의존해 국내 투자로의 파급 효과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네덜란드병은 1960년대 대량의 천연가스가 발견되며 국부를 축적한 네덜란드가 ‘반짝 호황’을 누린 후 제조업 등 산업 경쟁력이 오히려 후퇴한 것을 빗대 생겨난 용어다.
한은은 이런 사례를 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빠르게 늘겠지만,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투자는 업황 부진과 누적된 고유가 충격이 맞물리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 측면에선 반도체 업황 변동에 맞물려 세금 수입의 변동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에 바탕을 둔 기업이익과 성과급 증가, 증시 호황 등으로 법인세·근로소득세·증권거래세 등을 중심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수출과 세수 증가율 간 상관관계가 커지면,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급이 변화할 경우 안정적인 재정지출 계획 수립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종 주가 변동성이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가 주식으로 거둔 자본이득은 400조원을 넘어 가계소득의 4분의 1에 달했다”며 “앞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 자산 효과(자산 가치가 오르면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