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 물을 주었다.” 이 문장에서 ‘에게’는 두 가지 구실을 한다. 하나는 ‘강아지에게’라는 부사어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부사격 조사라고 부른다. 부사어는 문장에서 주로 서술어를 수식한다. 부사어가 된 ‘강아지에게’는 서술어 ‘주었다’를 꾸민다. 또 하나는 앞말이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유정명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유정명사인 ‘강아지’란 낱말에 ‘에’를 붙여 “강아지에 물을 주었다”고 하면 어색해진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도 ‘사람에게’라야 자연스럽다. ‘사람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 문장에선 ‘사람’을 유정명사로 본 게 아닌 맥락이 된다.
“나무에 물을 주었다”에선 ‘에’가 ‘에게’와 같은 기능을 한다. ‘나무’가 무정명사여서 ‘에게’ 대신 ‘에’가 붙었다. 앞말이 식물이나 무생물을 가리키는 무정명사에는 ‘에’가 붙는 게 일반적이고 자연스럽다. 일상의 문장에서 “나무에게 물을 주었다”가 보이면 거부감을 준다. 문학작품에서 보이는 ‘나무에게’는 문학적 맥락에서 나무를 의인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우수한 팀에 상을 준다”의 ‘팀’도 무정명사여서 ‘에’가 붙는다. 국가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에게’가 아니라 “일본에 요구했다”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회사’도 무정명사. 그런데 “우리 회사에는 한 달도 길다”보다 “우리 회사에게는 한 달도 길다”가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 문장은 ‘회사’를 의인화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팀에게 오늘 승리는 절실했다.” 여기서도 ‘팀’을 무정명사로 보고 ‘에’를 붙이면 어색하다. ‘팀’을 의인화해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로봇’도 유정명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로봇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