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이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를 이미 넘어섰다. 대출 자격을 갖춰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1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집계한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49조6612억원이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보다 4조6912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4조3400억원)를 이미 약 3500억원 웃도는 규모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연간 목표의 약 80% 수준이었지만, 불과 엿새 만에 목표를 넘어섰다.
5대 시중은행 5곳 중 3곳은 이미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의 약 150%에 달했다. 나머지 2곳은 가계대출 증가 목표 대비 소진율이 40~50% 수준이지만,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대출 여력이 빠르게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한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 총량이 한계에 이르자 은행은 신규 대출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5대 은행의 주택 구입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하루 평균 1857억원으로 지난달보다 약 25%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담대·전세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축소했다. 주요 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도 중단하며 대출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7~7.49%로 상단이 8%에 육박했다.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등 금리 혜택을 줄이고 있다.
이런 ‘대출 조이기’에도 신용대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주담대 잔액은 7608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잔액은 1조3764억원 증가해 증가 폭이 약 2배였다.
상호금융권도 비상이다. 농협·신협·새마을금고의 상반기 집단대출 잔액은 38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 늘었다. 지난해 총량 관리 실패로 올해 대출 증가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새마을금고 전년 대비 순증 불가, 농협 1% 이내 등)에서도 기존 승인분이 실행되면서 잔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이에 상호금융권은 연말까지 집단대출 중단 등 기존의 대출 영업 제한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