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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의 시선] 어쩌다 마주친 기회, 선호투표제

중앙일보

2026.07.19 08:18 2026.07.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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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정치부장·변호사

임장혁 정치부장·변호사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는 ‘파묘(破墓)’ 공방이 뜨거웠던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의 도입부에서 망외소득이 발생했다. 선호투표제(순위선택투표제)의 공론화다.

유권자의 각도에서 보면, 선호투표제는 지지 후보 1명을 찍는 상대다수대표제와 달리 출마 후보 전원에게 순위를 정해 투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 B, C, D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면 나는 1순위 B, 2순위 C, 3순위 D, 4순위 A라는 식으로 기표한다. 첫 집계에서 내가 1순위로 찍은 B의 1순위 득표가 4등이라면 B는 탈락하지만, 4명 중 1순위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땐 두 번째 집계로 넘어간다. 이때 나의 표는 2순위로 고른 C의 1순위 표에 합산된다. 두 번째 집계에서도 1순위 과반 득표자가 없고 C가 3등에 그친다면 C는 탈락하고 내 표는 A와 D만 남겨둔 채 진행되는 다음 집계에서 3순위로 고른 D의 1순위 표에 합산된다.

민주 전대 파묘 경쟁의 망외소득
미국서도 정치양극화 출구 주목
부조리극 끝낼 성공적 실험 되길

민주당은 예비 경선에서 3명만을 본선에 올리는 방식을 택한다고 하니 2라운드 안에서 승부가 결정난다. 과반 득표자를 찾는다는 차원에선 결선투표제와 같지만, 한 번의 투표와 두 번의 집계라는 방식은 투표 자체를 두 번 하는 결선투표와 운영 방식과 정치적 효과 면에서 적잖은 차이가 난다. 민주당 내에선 지난해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마련된 당헌·당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싸움이 벌어진 탓에 이 제도의 기대 효과와 예상 부작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생략됐다. 그래서 혹자는 선호투표제 논란을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지는 치졸한 기싸움으로 폄훼하기도 했다.

그 동기와 경위가 어찌 됐든 150만 명 이상의 권리당원을 보유한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는 선호투표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꽤 유의미한 정치적 실험의 장이 됐다. 진영 내 선거지만 당원들의 성향이 ‘친이재명’ 대 ‘친정청래’로 상당히 양극화된 상태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실험의 가치는 커졌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사람에겐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당선을 노리는 사람은 자신이 받을 1순위 표 외에 탈락하는 3등의 2순위 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첫 집계에서 2등을 한 사람도 3등의 2순위 표의 향방에 따라 당 대표가 될 수 있다. 극성 지지층 결집엔 효과적이지만 비호감도를 높이는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네거티브 올인’ 으론 승리하기 어렵다.

최근 국제적으로 선호투표제는 세를 넓히고 있다. 양극화된 정치를 완충할 대안적 투표 모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선호투표제가 처음 적용됐던 미국 알래스카주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선 메리 펠톨라(민주당), 세라 페일린(공화당), 닉 베기치 3세(공화당)가 본선에서 맞붙었다. 첫 집계에서 펠톨라는 40.19%, 페일린은 31.27%, 베기치는 28.53%를 기록해 공화당 후보들의 득표 합산은 59.8%였지만, 탈락한 베기치의 2순위 표를 배당한 두 번째 집계의 결과는 민주당 펠톨라(51.48%)의 승리였다. 페일린은 48.52%에 그쳤다. 중도 보수 성향이었던 베기치 지지자의 상당수가 강성 보수인 페일린이 아닌 펠톨라를 2순위로 선택한 결과였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환경론자들과 거리를 두고 알래스카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펠톨라의 중도 노선이 보수층을 흡수한 동력으로 평가된다. 2018년 메인주에서 시작된 선호투표제 도입 흐름은 알래스카로 이어졌고, 뉴욕·샌프란시스코 등의 지방선거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 차례 도입 시도가 좌절되긴 했지만 네바다주와 워싱턴주 등도 도입 논의가 활발한 지역이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는 끝 모를 부조리극 수준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도 절대 승자가 없는 결과로 극성 지지층만 보고 달리는 모든 정치 세력에 경고장을 날리는 집단 지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당 대표는 집권 2년 차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내주고도 강원도지사 당선에서 연임의 명분을 찾았고, 야당 대표는 부산을 통째로 여당과 무소속에 내주고도 반성은 뒷전이다. 아무런 정책적 비전 없이 “중도는 허상”이라는 믿음을 공유했던 두 사람은 지금도 민심을 등진 당심을 찾아 헤매고 있다. 눈으로 확인된 극단적 부작용도 못 본 척 “보완수사권 폐지”만 외치거나 선거 관리 부실을 틈타 암적인 ‘부정선거론’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 여전히 닮은 꼴이다.

선호투표제를 대선에 도입하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음모론에 심취한 극성 지지층의 적개심을 대변하는 것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게 제도적으로 분명해질 수만 있다면, 정청래와 장동혁도 설득과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공간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그 희망의 시험대다.





임장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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