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배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검찰 개혁을 시도하다 퇴임 후 처절한 보복을 당했다는 의식이다. 지난 3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이 통과된 직후 정청래 대표(당시 직함)가 봉하마을 묘역을 찾아 “검찰청 폐지를 보고드린다”며 눈물을 훔친 장면은 상징적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 적폐청산의 칼로 썼던 윤석열 검찰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권의 심장을 겨눈 배신의 경험도 작용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검찰에 대한 인적·정치적 수단을 통한 ‘민주적 통제’는 불가능하며, 해체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 우세
민주 당권주자는 강성 당원 눈치
‘노무현 트라우마’ 극복 가능할까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는 당내 강경파와 현실파 사이의 전선을 형성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현실파가 수사 체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지만, 강경파들은 이들에게 ‘야합’의 프레임을 씌웠다.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는 “이 대통령 측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대가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 주는 뒷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유시민씨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가 지연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면 저격했다.
이런 전선이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를 만나 요동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검사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61%)이 ‘전면 폐지해야 한다’(23%)는 의견을 압도했다. 오차범위 안쪽이긴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46%)가 폐지(39%)보다 높았다. 지난해 9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기소권·공소권 분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51%, 반대 37%로 나온 것과는 판이한 결과다.
그러나 정청래·김민석·송영길 등 8·17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입장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고민정 후보가 “약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마저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며 차별화한 행보를 보이는 정도다. 후보들이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강성 당원들의 결집력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11명이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욕설 문자였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라는 우리 정치의 병리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좌우를 가릴 것도 없는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을 내실 있게 운영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에 요구권만 있었다면 이번 장윤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을지는 의문이다. 성범죄 목적으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를 은폐하고 블랙박스 SD카드 파기를 지시하는 등 마음먹고 같은 ‘경찰 가족’을 봐주기로 작정한 수사팀이 과연 검찰의 지시 서류 하나에 적극적으로 움직였을까.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감찰 조사 기구 구성’ ‘내부 비리 수사대 신설’ ‘순환인사제’ 등 대책을 발표했으나 미봉책일 뿐이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에 불응할 때 검사가 수사팀 교체를 요구할 수 있게 한다지만 강제할 수단이 없다. 대안으로 제시된 지역순환제 역시 지역 밀착형 치안이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와 배치된다. 간단한 해법을 놔두고 돌아가려니 문제풀이가 복잡해진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검찰에 일정 범위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놓는 것이 가장 명쾌한 답이다.
수사권 독점에 대한 우려는 경찰 폄하가 아니다. ‘독점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인간 행태의 일반론일 뿐이다. 과거 검찰 권력이 무소불위로 폭주한 것도 제대로 된 견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경찰이 수사의 시작과 끝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체제에서 장윤기 사건 같은 은폐·암장 수사가 비일비재해질 수 있다는 시민의 불안감은 현실적이다. 이런 불안감을 반개혁으로 모는 민주당 강경파의 독선은 여론의 반감과 저항을 부른다. 민심과 유리된 채 맹목적 적개심으로 질주하는 검찰 개혁은 위험한 ‘복수혈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