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국기를 밟거나 진흙을 묻히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국기 손괴죄’가 신설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일본 국기를 공개적으로 훼손·제거·오손하는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현저한 불쾌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킬 경우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20만엔(약 183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민당은 지방자치단체 청사에 게양된 국기를 끌어 내려 버리는 행위, 공공장소에서 국기를 찢거나 불태우거나 자르는 행위, 국기를 밟거나 진흙을 묻히는 행위 등을 처벌 사례로 제시했다. 국기를 훼손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촬영 영상을 사후에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범죄 성립의 기준과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시모토 모토히로(橋本基弘) 주오대 헌법학 교수는 지난 14일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예측 가능성도 객관성도 없는 형벌 법규는 아마 일본 법제사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9일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도 처벌 기준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새 신발로 국기를 밟아도 더럽혀지지 않으면 ‘오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여당 측 설명에 시오무라 아야카(塩村あやか) 입헌민주당 의원은 “이해하기 어렵다. 낡은 신발이라도 더럽혀지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도리어 국기에 대한 도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명당의 구보타 데쓰야(窪田哲也) 의원은 16일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국기가 처벌을 이용해 국민을 위협하는 권위의 상징이 됐다”며 소셜미디어에서 처벌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953년 형법상 ‘국기·국장모독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나 국장을 손상·제거·오욕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검찰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입증해야 해 실제 처벌 문턱은 높다. 2015년 세월호 집회에서 경찰버스에 꽂힌 종이 태극기를 꺼내 불태운 남성도 2016년 2월 17일 1심에서 국기모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대한민국 자체를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