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루단과 반다르아바스를 잇는 도로변에서 미군 공습을 받아 파손된 교량을 한 현지인이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위험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의 공습 대상이 군사 시설은 물론 철도·교량 등 사회 인프라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평화적 목적의 원전 시설까지 공격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원자력청(AEOI)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테러리스트이자 범죄 집단인 미국 정권이 현지시간 19일 오전 3시 39분께 여러 발의 발사체로 다르코빈 원전 건설 현장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설은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포괄적인 안전조치(세이프가드) 협정 하에서 전적으로 감독 및 안전조치 적용을 받고 있으며 그 활동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이라며 “미국 정권은 안전조치가 적용되는 해당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 다르코빈에 건설 중인 해당 원전은 이란원자력청이 추진하는 국가사업으로 2022년 12월 착공했으며, 아직 상업운전 전 건설 단계에 있다. 이란 정부는 독자적으로 설계한 360MW(메가와트)급 가압경수료(IR-360) 1기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9월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다르코빈 원전 부지에 정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건설 활동은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이란 정부 발표 이후 IAEA는 성명을 내고 “IAEA는 이란 다르코빈 원전 건설 현장에 대한 공격 보고를 조사 중”이라며 “이 시설은 건설 초기 단계에 있으며, IAEA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당시에는 핵물질이 보관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방사능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IAEA의 평가다. 하지만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미·이란 양국에 모든 핵 관련 시설 인근에서의 군사활동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 시간 기준 18일 오후 6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이란의 군사 해안 감시 레이더 및 방공 시설, 해상 전력을 비롯한 미사일·드론 보관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병력을 집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원전 건설 현장은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공격 대상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지난 17일 요르단 공군기지에 주둔 중이던 미군이 이란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아 병사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하는 등 ‘60일 휴전 체제’ 이후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이후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장병을 공격한 이란 혁명수비대를 신속히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며 18일 대대적인 보복 공습에 나섰다.
연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공격 대상이 군사 시설을 넘어 민간 시설로 확대되며 레드라인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의 철도·교량 등에 이어 담수화 시설 등 민간 인프라까지 타격하고, 이란 역시 쿠웨이트 등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서 담수화 시설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양국 간 보복, 재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