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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중독 버리고 실리 장착…데라푸엔테식 무적함대의 질주 비결

중앙일보

2026.07.19 19:14 2026.07.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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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데라푸엔테 스페인대표팀 감독은 티키타카의 뼈대에 실리적인 플레이를 추가 장착해 월드컵 우승을 견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데라푸엔테 스페인대표팀 감독은 티키타카의 뼈대에 실리적인 플레이를 추가 장착해 월드컵 우승을 견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지 않는 축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2년 전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유로 2024)을 제패한 ‘무적함대’ 스페인이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마저 우승으로 장식하며 포효했다. 비결은 패스 강박증을 깨뜨린 ‘실리 축구’다.

스페인은 20일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에서 연장 혈투 끝에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승리하며 FIFA컵(월드컵 우승 트로피)을 품에 안았다. 스코어만 보면 연장 후반에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을 앞세운 한 골 차 승리지만, 내용에선 압도했다. 볼 점유율(66%-34%)은 물론, 슈팅 수(20-2), 유효 슈팅 수(12-0), 패스 성공(762-358), 키 패스(15-2) 등 주요 지표에서 스페인이 남미 최강 아르헨티나를 철저히 짓밟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8경기를 7승1무로 통과한 것을 포함해 스페인은 A매치 38경기 무패(29승9무)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024년 3월 콜롬비아에 0-1로 진 이후 2년 넘게 패배가 없다. 특히나 이번 대회는 8경기를 1실점으로 마무리해 역대 최소 실점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32강 체제 시절 세 차례(1998·2006·2010) 나온 7경기 2실점이다.

결승전 도중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활용해 열정적으로 작전 지시 하는 데라푸엔테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결승전 도중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활용해 열정적으로 작전 지시 하는 데라푸엔테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티키타카(패스워크 위주의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정상에 오른 이후 영광과 몰락을 모두 경험한 스페인이 견고하고 치명적인 팀으로 거듭난 비결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조용한 지략가’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의 리더십을 주목했다. 영국 BBC는 “월드컵 왕좌를 되찾은 스페인의 성공 비결은 실리주의 전술과 끈끈한 팀워크에 있다”면서 “두 가지 모두 데라푸엔테 감독의 역량에 바탕을 둔 결과물들”이 라고 분석했다.

과거 스페인은 80% 안팎의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고도 지는 경우가 많았다. 티키타카의 대응법으로 등장한 ‘밀집 수비와 과감한 역습’ 기반 전술을 제대로 뚫어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단단한 수비에 애를 먹다 카운터어택 한 방에 무너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침체기 스페인축구에 ‘아름다운 패스 중독자’라는 비아냥이 따라붙은 이유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고질적인 패스 중독 증상에 메스를 댔다. 디애슬레틱은 “스페인 전술의 핵심은 직선성(verticality)과 유연성(flexibility)에 있다”면서 “데라푸엔테 감독 부임 이후 무의미한 후방 패스를 대폭 줄이고 최전방과 측면으로 과감히 볼을 보내는 방식으로 전환한 선택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라민 야말, 니코 윌리엄스, 페드로 포로, 마크 쿠쿠렐라 등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측면 자원들을 활용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스페인은 점유율 기반 위에서 과감한 전진패스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1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결승전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환호하는 페란 토레스. AP=연합뉴스

스페인은 점유율 기반 위에서 과감한 전진패스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1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결승전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환호하는 페란 토레스. AP=연합뉴스


FIFA에 따르면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패스 시도(5470회), 패스 성공(4945회), 패스 정확도(90%), 크로스(178회), 전방 침투 시도(1359회), 압박 상황에서의 패스 수신(1782회) 등 공간 장악과 측면 활용 관련 지표 대부분에서 1위에 올랐다.

견고하게 버티면서도 날카롭게 찌르는 효율적 플레이가 가능한 건 끈끈한 조직력의 산물이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지난 2013년 스페인 19세 이하(U-19) 대표팀을 이끈 것을 시작으로 21세 이하(U-21), 23세 이하(U-23) 등 여러 연령별 대표팀을 이끈 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다니 올모, 우나이 시몬, 미켈 오야르사발, 미켈 메리노 등 현 대표팀 주축 멤버 다수를 길러냈다.

스페인대표팀 주축 선수 중 상당수는 데라푸엔테 감독이 연령별대표팀 감독을 거치며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다. AP=연합뉴스

스페인대표팀 주축 선수 중 상당수는 데라푸엔테 감독이 연령별대표팀 감독을 거치며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다. AP=연합뉴스

가디언은 “데라푸엔테 감독이 월드컵 우승 직후 선수들과 나눈 뜨거운 포옹 속에는 2015년 유로 U-19 챔피언십 우승 시절부터 이어진 끈끈한 유대감이 녹아 있다”면서 “화려한 축구 대신 ‘진흙탕에서 뒹굴더라도 지지 않는 축구’를 강조하는 그의 철학에는 전술적 유연함과 진한 동료애가 있다”고 보도했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축구와 경쟁을 사랑하고, 매일 더 나아지려하는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건 축복”이라면서 “이 팀의 장점은 다름 아닌 선수들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있기에 감독으로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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