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증권거래소 설립 172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정부가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자국민 생활고 관련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도 메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축구 선수들이 경제를 얼마나 아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민들이 월급으로 한 달을 버티기 힘들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메시의 발언에 반박했다.
앞서 메시는 지난 16일 잉글랜드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자국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언급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시는 “국민들에게 이런 기쁨을 안겨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우리는 월드컵이라는 특별한 무대 덕분에 잠시 현실을 잊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조국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계를 걱정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잠깐일지라도 이러한 기쁨을 국민께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는 우리 대표팀을 매우 행복하게 만든다”고 했다.
메시는 또 잉글랜드전 승리에 대해 “단순한 한 번의 승리가 아니라 아르헨티나 모든 국민이 간절히 원했던 매우 중요한 승리였다”며 “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부터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최고의 모습을 보여왔고, 오늘도 그 누구도 우리에게 아무것도 거저 주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우리가 이뤄낸 모든 것은 경기장에서 스스로 싸워 얻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메시의 발언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속에 생활고를 겪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현실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며 현지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메시는 2021년 코파 아메리카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직후에도 대표팀의 성과가 자국민에게 기쁨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강도 높은 경제 개혁을 추진 중인 밀레이 정부의 입장과는 엇갈렸다.
대통령실의 반박에 이어 밀레이 대통령도 자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메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축구 선수들이 경제를 얼마나 아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르헨티나 매체들은 이를 메시를 겨냥한 경고로 해석했다.
2023년 12월 출범한 밀레이 정부는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추진해 세 자릿수에 달했던 연간 물가상승률을 최근 30% 안팎까지 낮추고, 2025년 경제성장률을 4.4%로 끌어올리는 등 거시경제 지표에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실질임금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시가 언급한 “월말까지 버티지 못한다(No llega a fin de mes)”는 아르헨티나에서 생활고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통한다. 메시가 대표팀의 월드컵 성과를 통해 국민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전하면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는 19일 열린 결승에서 스페인에 연장전 끝에 0-1로 패하며 준우승했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