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몬로비아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갤런당 5.49달러)와 경유(갤런당 6.59달러)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리터당 휘발유는 약 2160원, 경유는 약 2593원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미국 휘발유 가격도 다시 갤런당 4달러에 근접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렸던 에너지 가격 하락 효과가 7월 들어 상당 부분 희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근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14%(2.77달러) 오른 배럴당 90.8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재돌파한 것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9일째 이어지면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같은 시각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5%(2.35달러) 상승한 배럴당 84.84달러에 팔렸다.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9일 기준 미국 일반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9달러로 다시 4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달 미·이란 간 임시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휘발유 가격은 약 석 달 만에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갔지만, 교전이 재개되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 휘발유 가격이 다시 갤런당 5~6달러대로 올라섰다.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도 전쟁 충격이 컸던 6월보다는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전쟁 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7월 상반기 원유·콘덴세이트 수출량은 하루 1200만 배럴로 6월 일평균보다 16% 늘었지만, 전쟁 전인 2월 고점과 비교하면 32% 줄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상품 운반선은 지난 16일 하루 3척에 그쳐,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시 미국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하락했고,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도 3.5%로 5월(4.2%)보다 크게 둔화했다. 당시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9.7%, 전체 에너지 가격이 5.7%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6월 물가를 끌어내렸던 에너지 가격 하락 효과는 7월부터 상당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AMP의 셰인 올리버 투자전략 책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 폐쇄가 장기화하고 전쟁이 격화할수록 공급 충격에 맞춰 수요를 억제하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다시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