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대표하는 향토은행인 전북은행 노동조합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합병 제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지주 간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조직 축소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우려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최근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병 검토를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기업에 투자한 뒤 이사회·지배 구조·경영 전략 등에 적극 개입해 기업 가치와 주가를 끌어올리는 투자 방식을 추구하는 펀드다. 얼라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삼양사(14.98%)에 이어 JB금융지주 지분 14.5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BNK금융지주 지분도 1% 이상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은 양사 이사회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글로벌 투자은행과 함께 합병 타당성을 검토하고, 다음 달 7일까지 검토 여부를 결정한 뒤 3분기 실적 발표 전 실행 방안을 공개하라고 제안했다.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가 통합하면 총자산 2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방금융지주가 탄생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과 인공지능(AI) 투자 효율화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얼라인 측 주장이다. 다만 전북은행·광주은행(이상 JB금융지주), 부산은행·경남은행(이상 BNK금융지주) 등 개별 은행 법인과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는 ‘연합형 합병지주’ 모델을 제시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에서 여섯째)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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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투자금 회수 목적” 철회 촉구
이에 전북은행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은 규모의 경제와 AI 전환 투자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과 자신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전형적인 금융자본의 이기적 행태”라며 합병 검토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전북은행 직원은 약 1400명이다. 노조는 얼라인이 내세운 비용 시너지와 AI 투자 효율화가 조직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 지역 점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방은행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나 자산 합산의 대상이 아니다”며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을 지역에 환류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자 공공재”라고 했다. 이어 “호남과 영남은 산업 구조와 경제 여건, 금융 수요가 완전히 다른데도 영업권이 겹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합병을 시장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한 발상”이라고 했다. 정원호 전북은행 노조위원장은 “JB금융그룹의 주인은 단기 수익만을 좇는 일부 주주가 아니라 지역 사회·고객·직원”이라며 “지역금융의 근간과 전북은행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금융자본의 시도에도 타협 없이 맞서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JB금융지주는 “합병과 관련해 사전에 협의되거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BNK금융지주는 “주주 제안을 열린 자세로 검토하되 지역금융 본연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얼라인의 합병 제안에 대해 구속력이 없는 주주의 의견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양사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금융권 대형화 추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비슷한 논의가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