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지는 오는 24~27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본인의 안무작 ‘킬링 하이라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AI)과 결합한 근미래 인류라는 설정을 무용으로 풀어낸다.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고차원적인 AI와 접속할 수 있는 인류를 만든다는 ‘신인류 만들기 프로젝트’의 내용을 담았다.
20일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킬링 하이라키’ 안무가 및 무용가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관지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열려있는 광장 혹은 아고라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선화예중·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서 한국 무용을 공부한 김관지는 한국 춤의 전통적인 감각에 동시대적 상상력을 더하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지난해 창무프라이즈 퍼포밍상을 받는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용가이자 안무가다. 올해 1월에는 봉산탈춤의 전통과 현대를 담은 ‘에피소드:2, 탈춤’(EP:2, TALCHUM)에 출연하기도 했다.
작품 제목에 대해 김관지는 “위계(하이라키)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변형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물이 고여 썩는 것처럼 변질되는 것 같다”라며 “어떤 장르만의 특성이자 동시에 한계이기도 한 것들을 깨고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킬링 하이라키’의 안무가 김관지와 무용수 표혜인, 정필균. 사진 세종문화회관
관객의 상식도 하나의 위계라고 보고 깨뜨리겠다는 생각이다. 김관지는 “극장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관객이 기대하는 것을 무너뜨리고 다른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에 앉아서 무대를 보는 일반적인 형태의 공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은 ‘이머시브(관객몰입형)’ 공연이라고 세종문화회관 측은 소개했다. ‘킬링 하이라키’에는 이머시브 공연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슬립 노모어’에 출연하는 표혜인과 정필균이 무용수로 참가한다.
표혜인은 “‘슬립 노모어’에는 퍼포머가 정해진 캐릭터를 수행한다”라며 “이 작품의 경우 정해진 답이나 완벽한 프레임을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매 순간 인지하고 선택하는 퍼포머들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무대 위에 올라간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관객들은 그 솔직함을 보며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같은 연결고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필균은 “기존 공연처럼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비켜나가는 현장성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퍼포머와 관객 사이의 갭을 허물고 같은 공간에서 순간을 함께 느끼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무용 본연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지는 “아무리 신에 가까운 AI가 나오더라도 결국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신체”라며 “몸이라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심취를 관객들과 나누고 춤 본래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킬링 하이라키’는 지난 3일 개막해 9월 5일까지 이어가는 기획 공연 시리즈 ‘싱크 넥스트 26’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세종문화회관이 2022년부터 이어가고 있는 ‘싱크 넥스트’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는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