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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각서’ 쓰고 싸우다 사망…아파트 동대표 폭행치사 무죄, 왜

중앙일보

2026.07.20 00:19 2026.07.20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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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동대표 회의에서 말다툼을 벌인 뒤 ‘싸움 각서’까지 쓰고 몸싸움을 벌이다 상대방을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신현일)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 대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받았다. 다만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A씨는 2024년 2월 28일 오후 7시 40분쯤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회의실에서 동대표 회의를 하던 중 이웃 동대표인 50대 B씨와 심하게 다퉜다. 두 사람은 합의로 회의실 밖으로 나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머리 부위를 발로 걷어찼다. B씨는 뒤돌아 몇 걸음 걷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의 사망 원인을 ‘급성심장사’로 판단했다. 사건 발생부터 사망까지의 경과를 고려하면 두 사람의 다툼이 사망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냈다.

1심 재판부는 폭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A씨가 자신의 폭행으로 B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까지 예견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B씨가 먼저 A씨에게 ‘싸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 작성을 제안했고, A씨가 이를 받아들인 뒤 몸싸움이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발로 걷어찼고 얼굴 부위가 치명적일 수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당시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몸을 붙잡힌 상태에서 얼굴을 걷어찬 것으로 보여 온 힘을 다해 강하게 걷어차는 건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미 원심이 형을 정할 때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와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박종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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