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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의 과학 산책] 아폴로 우주인 러스티

중앙일보

2026.07.20 08:02 2026.07.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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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우주유영 중인 그를 찍던 동료의 카메라 문제로, 임무가 중단됐다. 착륙선 바깥에 매달린 채 보낸 5분, 그 뜻밖의 정적에 모든 게 달라졌다. 아폴로 9호 조종사 러스티 슈바이카르트. 달 착륙선 분리와 도킹에 성공해 아폴로 11호로 가는 길을 열었고, 배낭처럼 짊어지는 생명유지장치(PLSS)를 처음 등에 멨다.

아득한 그 적막 속에서 지구를 바라본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국경은 보이지 않았다. 인류가 지켜야 할 작고 푸른 행성일 뿐.” 경험은 삶을 바꾼다. 그는 소행성 충돌에서 지구를 지키는 행성방위와 평화 운동에 남은 생을 바쳤다. 냉전의 얼음벽을 깨고 구소련 우주인들과 우주인협회(ASE)를 세운 것도 그 5분 덕분이다.

2003년, ‘OECD 근지구천체(NEO)의 위협과 정책, 대응에 관한 워크숍’에서 그를 처음 봤다. 서명을 받으려고 필자도 그 긴 줄 끝에 섰다. UN 평화적 우주 이용 위원회(COPUOS)에서도 여러 차례 그를 만났다. 강산이 두 번 변해 그는 구순이 됐다. 올 초 ASE는 UN에서 이러한 성명을 냈다. ‘행성방위는 국경을 넘는 문제로, 그 대응은 군 아닌 민간 협력과 과학의 영역에 남아야 합니다.’ 그의 오랜 철학이다.

지난달, 그 이름을 딴 ‘슈바이카르트상’의 올해 수상자가 선정됐다. 혁신적인 행성방위 계획을 낸 젊은 개척자에게 주는 상에 필자도 참여하고 있으니,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러스티는 반전과 반핵·인권의 가치를 맨몸으로 실천했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오판으로 핵 단추를 잘못 누르는 참사를 막으려고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미·소의 공식 채널이 끊겼을 때 복구하기 위한 ‘트랙2 외교’를 펼쳤다. 내년 말이 될 아르테미스3 임무에는 아폴로 9호 이후 58년 만에 이뤄지는 착륙선 랑데부와 도킹이 포함된다. 그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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