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버넘 영국 총리(왼쪽)가 20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정부 구성 요청을 받은 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부인 마리프랑스 판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앤디 버넘 영국 집권 노동당 대표(56)가 20일(현지시간) 제59대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키어 스타머 전 총리에 이어 2024년 7월 총선으로 출범한 노동당 정부의 두 번째 총리다.
버넘 총리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10년 새 다우닝가에 들어서는 여섯 번째 총리가 된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이 정치에 신물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충분히 잘하지 못했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을 영국의 서킷브레이커로 만들어 지난 40년간 가장 큰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권력을 전국 각 지역으로 이양하고, 주거와 교통 등 생활 필수재를 공공 통제 아래 둬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도 예고했다. 버넘 총리는 재원 마련 방안을 포함한 생활비 대책을 21일부터 발표하고 올해 후반에는 10개년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제도 개편, 정신건강 지원 확대, 공공주택 건설도 약속했다.
버넘은 지난 17일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되며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지난달 18일 스타머 전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던 가운데 치러진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해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이날 연설은 버넘이 당대표 취임 당시 제시한 ‘선명한 노동당’ 노선을 정부 정책으로 옮기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스타머 체제 노동당이 중도 실용주의를 앞세우다 고유의 색채를 잃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다. 그러면서도 기업 친화적 정책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리버풀 교외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버넘은 문화부·보건부 장관 등을 거쳐 2017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당선됐다.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됐다는 인식이 강한 북부를 대변해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북부의 왕’으로 불렸다. 유명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 속 인물에 빗댄 별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