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이 정의한 행복은 ‘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값’이다.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바라는 것이 그보다 빨리 커진다면 행복은 멀어진다. 이 공식은 연금 자산운용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소유는 계좌에 찍히는 실제 수익률, 욕망은 마음속에 품은 기대수익률이다.
최근 증시 랠리와 반도체 종목의 급등은 연금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한껏 끌어올렸다. 연 100%는 벌어야 투자 좀 했다는 소리를 듣는 분위기 속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할 연금 자산까지 투기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기대수익률이라는 분모가 커질수록 투자자는 조급해진다. 이런 조급함은 손실 자체보다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이런 심리는 투자자를 변동성이 큰 테마주로 몰아가거나 작은 조정에도 손절매를 반복하게 한다.
하지만 연금 투자의 핵심인 ‘복리의 마법’은 오랜 시간과 꾸준함, 그리고 잃지 않는 투자를 전제로 작동한다. 잦은 매매와 마켓 타이밍 시도는 장기 수익률을 갉아먹을 뿐이다. 한두 해 시장을 이길 수는 있어도, 수십 년간 그 흐름을 이어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단 한 번의 큰 손실이 그동안 쌓아온 자산을 되돌릴 수 없게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연금 자산운용에서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은 얼마쯤일까. UBS와 런던비즈니스스쿨이 매년 발간하는 장기 투자 연구에 따르면, 주식의 장기 명목수익률은 연 8~9%, 채권은 연 4~5% 수준이다. 안전자산인 국채 대신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해 얻는 초과수익, 즉 주식위험프리미엄은 역사적으로 3~4%포인트 안팎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분산 투자한 연금의 현실적인 장기 기대수익률은 연 6~7% 정도다.
하루에도 등락폭이 10%에 달하는 종목이 수두룩한 시장에서 연 6~7%라는 목표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연 7% 수익률을 꾸준히 이어가면 약 십 년 뒤 원금은 두 배로 불어난다. 이 수익률로 매달 연금 계좌에 돈을 넣으며 20~30년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복리의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작용해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은퇴 자산이 형성된다.
연금 투자는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이다. 초반에 남들을 따라 전력 질주하면 완주조차 못 한다. 벼락부자의 소문이 들려올수록 새뮤얼슨의 공식을 떠올려야 한다. 기대수익률이라는 욕망을 자본시장의 장기 평균으로 낮추는 순간, 조급함은 사라지고 긴 투자 여정에 평안함이 찾아온다. 기대치를 낮추는 이 역설적인 용기야말로 풍요로운 은퇴라는 진짜 행복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