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씰 데 없는 소리 하고 있어!” YS 욱하게 한 초선 MB 질문
중앙일보
2026.07.20 13:00
2026.07.20 13:36
" 이 의원, 초선은 말이에요. 몸싸움할 때 맨 앞에 서는 거예요. 그러면서 전투력을 키우는 겁니다. "
기가 막혔다. 선배 의원들의 이른바 ‘조언’을 들었을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초선 의원 시절이던 1995년 5월의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국회의원 데뷔는 쉽지 않았다. 임기는 1992년 5월에 시작됐지만, 여야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시기를 두고 격렬히 충돌하면서 개원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데만 125일이 허비됐다.
개원 이후에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싸우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도 싸움의 주제를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말이다.
일하는 의원은 극히 드물었다. 기업에서 죽어라 일만 했던 내게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초선이라는 이유로 몸싸움 현장에 총알받이로 동원될 판이었다. 천만 다행히도 당 지도부가 나를 배려했다.
" 이 의원, 이 의원은 몸싸움할 때 슬쩍 빠져서 저 뒤쪽에 계세요 "
그들도 국내 굴지의 기업 회장 출신인 나를 일반 초선 의원과 동급으로 다룰 순 없었던 거다.
14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석 달째, 여야가 원구성을 두고 ″국회서 몸싸움″을 벌였다는 내용의 1992년 8월 7일자 중앙일보 1면.
그러나 몸싸움 동참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정치에 입문한 건 다음과 같은 정치인들의 권고 때문이었다.
" 이 회장처럼 실물 경제를 잘 아는 분이 정치를 해야 우리나라가 더 커질 것 아닙니까. 기업에서 쌓은 경륜을, 국회에서 나라를 위해 마음껏 펼쳐보십시오. "
그건 거짓말이었다. 힘없는 초선 의원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심하게 말해 당리당략에 충실한 ‘거수기’였다. 한마디로 말해 일을 할 수 없는 직위였다.
초선 의원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일화가 또 있다. 현대에 있을 때 경제부 기자로 알고 지냈던 모 신문사 고참 기자가 의원 사무실로 찾아왔다. 당시 정치부 여당 반장이던 그는 나를 옛 호칭으로 부르면서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 회장님, 여당 반장이 초선 의원 방에 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광인 줄 아세요. "
나도 웃으며 맞받았다.
" 그러네, 영광이네. 그런데 내가 초선 의원이라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반장님한테 알려줄 정보가 없어요. "
그렇게 그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바탕 웃었지만 내 속마음은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 반대, 지금은 어떻습니까?”...해명 기회 줬더니 얼굴색 확 변한 YS
그리고 당시만 해도 경제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정치인들은 경제를 정치의 부속품 정도로 치부했다. 나는 그런 인식이 못마땅했다. 그로 인해 김영삼(YS) 대통령과 얼굴을 붉힌 일도 있었다.
YS가 대선에 승리한 직후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했을 때다. 나는 기업인 출신인 데다가 대한상의 부회장을 지냈던 터라 배석했다. 일생의 소원이던 대통령 취임을 앞둔 터라 YS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때 내가 그에게 말했다.
" 대통령님, 예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 기업들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공사했을 때 대통령님은 반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제 대통령이 되신 상황에서 되돌아보면 어떻습니까. "
참석자들이 깜짝 놀랐다.
나에게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재계 인사들과 마주 앉은 기회에 YS에게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자연스럽게 과거 행동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준 거다.
2007년 3월 1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전 시장 부부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통령이 돼 보니까 그때 고속도로를 만든 건 정말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다. 내가 당시에 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는 정도의 해명이면 족했을 거다. 그 정도 선에서 해명하고 넘어갔다면 YS는 역사에 영원히 경부고속도로를 반대한 사람으로 남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YS는 내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리고 불쾌하다는 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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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 데 없는 소리 하고 있어!” YS 욱하게 한 초선 MB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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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