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제기된 수사 비위 의혹을 규명 중인 경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과 별도로 장윤기 사건 처리 경위를 조사 중인 검찰도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21일 수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보고 및 지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도 이날 “경찰의 공무상 비밀 누설 및 증거 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이날 오전 6시 15분부터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각각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다. 검찰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압수수색을 시작하면서 경찰은 현장에서 집행 상황을 지켜본 뒤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이 장윤기 사건에서 핵심 증거 미확보와 주요 정황 묵살 등 의도적인 부실 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의 개입 여부를 각각 수사 중인 가운데, 당시 사건을 담당한 일선 수사팀이 단순 살인죄를 적용했던 배경에 경찰청 국수본 지휘가 있었다는 경찰 내부 증언이 나왔다.
장윤기 체포 이후 검찰 송치까지 수사에 참여했던 다수 경찰관은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가 주요 전개 상황을 국수본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 사안별 처리 방향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지원에 참여한 경찰관 다수는 사건 초기부터 국수본 의견이 수사의 방향을 정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으며,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일선 수사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경위에도 국수본 지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윤기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장윤기 사건은 용의자 추적 단계부터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중요사건’이었다”며 “통상적으로 이런 사건은 현장 경찰관이 자의적인 판단이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주장했던 지휘부 인사가 ‘장윤기 자백 등 직접증거가 없으니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국수본 의견을 받고 입장을 선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 관계자들은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이틀 전 저질렀던 성폭행 및 스토킹 등 범죄를 살인 행위와 분리해 각각 수사했던 이유도 국수본 지휘 때문이었다고 전날 언론에 증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