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삼성전자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은 삼성의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이다. 로봇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관련 기업에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1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로봇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연구 중심이었던 로봇 조직을 독립 사업 조직으로 전환하려는 신호탄이다.
삼성전자는 21일 대표이사 겸 DX부문장인 노태문 사장 직속 조직인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사에 흩어져있던 로봇 연구개발과 사업화 역량을 하나로 모아 전략 수립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상품 기획까지 총괄하는 통합 조직이다.〈중앙일보 7월 17일자 15면〉삼성전자가 2024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고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출범시킨 이후 사업화 단계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후속 조치다.
RX 사업추진실의 중장기 로드맵은 실무형 부사장급 인사가 그린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원포인트 인사로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로보틱스전략팀장에 임명했다. 지난 5월 영입된 이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전략을 이끌었다. 미래로봇추진단을 주도한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는 계속 단장을 맡는다.
김영옥 기자
조직 위상을 높인 만큼 핵심 인재도 대거 영입했다.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과 로봇 제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로봇 손(hand) 분야 권위자인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한다. 두 교수는 생산 인프라와 데이터 팩토리 등 연구 환경과 로봇 사업 비전에 공감해 합류를 결정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로봇사업 조직을 위해 대대적인 사내 공모(잡포스팅)를 진행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출신 우수 인재도 다수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소속 경영진단팀이 로봇 조직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벌이기도 했다.
인프라도 대폭 확대한다. 서초구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로봇 연구의 메인 거점으로 삼아 관련 인력을 한 곳에 모으고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 캠퍼스 내 2개 동을 로봇 조직 연구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구미사업장에는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기술 생태계 조성과 인재 확보를 위한 글로벌 연구거점도 마련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인프라·인재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갖춰지면서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준홍 기자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갖추고 수익성을 확보한 이후엔 정식 ‘사업부’로 승격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 하반기 자사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할 예정이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서로 다른 생산라인에서 로봇을 반복 운용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조작 능력과 범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1월 “생산 거점 자동화를 위한 로봇 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용(B2B) 시장을 거쳐 향후 일반 소비자용(B2C) 시장까지 차례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당한 기술적 성과도 이미 쌓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로봇 손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외부 협력과 기술 내재화를 병행하며 로봇 손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리서치를 중심으로 전선처럼 형태가 계속 변하는 ‘유동체’를 조립·연결하는 고난도 로봇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로봇 분야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추가 영입해 중장기 관점에서 로봇 사업화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