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등에 가담한 공적으로 정부 포상을 받은 소준열 전 육군참모차장(예비역 육군 대장) 등 전직 군 관계자 76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12·12 군사반란에 적극 가담했거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 업무에 투입된 이들은 현행 법상 훈장 수여 기준인 ‘전투에 준하는 직무수행’이나 ‘국토방위에 헌신한 공적’에 해당하지 않아 자격이 없다는 취지에서다.
국방부는 21일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비상계엄 유공 등의 공적으로 불법·부당하게 서훈된 76명의 무공 훈·포장 취소 안건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소 전 차장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전투병과교육사령관으로 시위대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이다. 1980년 국가안전보장 유공자로 인정돼 서훈을 받았다. 국방부는 5·18 진압 업무 외에 소 전 차장의 근무 경력과 당시 대간첩 작전기록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특별한 공적이 없는데도 서훈을 받았다고 밝혔다.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변길남 예비역 육군소장 역시 3공수특전여단 13대대장으로 시위대 강경 진압 작전에 가담한 점이 확인됐다. 그 역시 거짓 공적을 이유로 서훈이 취소됐다.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체포 작전을 주도한 이들도 이날 서훈 취소 명단에 포함됐다. 당시 육군 범죄수사단장(대령)이었던 우경윤 예비역 육군 소장은 군사반란 당일 병력을 이끌고 정 총장 체포작전을 주도했고 그해 12월 31일 국가안전보장 명목으로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33헌병대장이었던 최석립 예비역 육군 소장은 정 총장 체포 및 불법 구금에 가담했고 후에 국가안전보장 명목으로 무공훈장을 받았다. 국군보안사령부 소속으로 정 총장을 강제 연행하는 데 가담한 한길성 예비역 육군 대령 등도 이날 서훈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하나회 창립 멤버였던 백운택, 군사반란 당시 핵심 역할을 한 조홍 전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장 등의 충무무공훈장도 취소됐다. 조홍, 최석립·백운택 등은 12·12 군사반란 성공을 기념하며 보안사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인사참모로 장태완 수경사령관 체포에 가담한 이진백 육군대령과 당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지시로 총리 공관을 장악한 정동호 육군 준장(당시 대통령 경호실장 직무대리)에 대한 서훈도 취소됐다.
상훈법에 따라 무공 훈·포장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 전투에 참가하거나 전투에 준하는 직무수행으로 뚜렷한 무공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한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 업무로 1980~1981년 무공훈·포장을 받은 76명은 수여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상훈법 제8조는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일부는 서훈이 국무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수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수여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취소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국헌문란 및 내란 행위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있었으므로 무공훈·포장 서훈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계엄사령부 및 예하 부대에서 수행한 계엄 업무는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과 내란에 조력한 행위로 공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3월에도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등 12·12 군사반란 주요 임무 종사자 10명에 대한 충무무공훈장을 취소했다. 김 전 총장은 신군부 하나회의 핵심 인물로, 정부가 2006년 12·12 군사반란 주요 임무 종사자 중 징역 3년 이상의 형이 확정된 13명의 서훈을 취소할 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김 전 총장이 서훈을 유지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불법·부당 사례가 없는지 지속해 검증할 예정”이라며 “공적이 거짓이거나 절차적 하자가 확인될 경우 예외 없이 서훈 취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