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비스가 ‘로보컵 2026 인천’ 대회에서 식탁 위에 놓인 물건을 집고 있다. [사진 부산대]
부산대학교 로봇팀 ‘타이디보이’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로봇대회 ‘로보컵’에서 2년 연속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18년 첫 출전 이후 통산 다섯번째 우승이다. 팀을 이끈 이승준(아래 사진) 부산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7명의 학생이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며 “이번 우승은 한국도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라고 말했다.
올해 로보컵은 지난 2일 인천 송도에서 4일간 열렸으며, 45개국 364개 팀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타이디보이는 홈 서비스 부문에서 중국 칭화대, 일본 도쿄대, 독일 본대 등 세계 정상급 대학들과 경쟁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 교수는 “초반부터 앞섰지만, 결승전 점수가 3배로 반영돼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학생들과 끝까지 집중한 덕분에 정상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의 주역은 타이디보이가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누비스’다. 키 120㎝의 아누비스는 양팔을 이용한 정교한 물체 조작과 자율주행,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갖춘 바퀴형 로봇이다. 식당 손님의 주문을 받고, 완성된 음식을 쟁반에 담아 식탁 위에 놓을 수 있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두 팔로 갤 수도 있다. 아누비스는 올해 ‘최우수 물체 조작상’과 ‘최우수 인간-로봇 상호작용상’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아누비스에는 이 교수가 30년간 이어온 집념이 녹아 있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이 교수는 서울과학고 재학 시절 국가대표로 국제수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수재다. 로봇이 좋아서 1996년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한 이 교수는 대학원을 거쳐 7년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연구했다. 2017년 부산대 부임 후 타이디보이를 창단해 2018년 세계 무대에 도전했고, 2021년 첫 우승 이후 세계 최정상 팀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연구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초 부산대 전기공학과가 새 건물로 이사하면서 타이디보이팀의 자체 연구실험실이 없어졌다. 공간 부족 때문이다. 부산시와 부산대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임시로 연구공간을 확보해 사용 중이다. 그는 “비 새는 임시 연구실험실마저 내년에 철거된다”며 “안정적인 연구 실험 공간을 갖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