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용산·성동·마포 등의 재산 건보료가 톱10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톱10 시군구가 전체 재산 건보료의 20%를 부담한다. 뉴스1
‘구로·관악·은평 국평도 15억’ ‘노원 13평 7억8000만원’
최근 주요 일간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 집값이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현상을 담았다.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이 오르고, 이게 각종 복지와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득인정액이라는 잣대를 사용하는 수십 가지 복지가 해당한다.
대표적인 게 기초연금이다. 공시가격에서 1억3500만원(대도시 기준)을 뺀 금액의 4%를 연 소득(월 0.33%)으로 잡는다. 이렇게 하면 서울 노원구 13평형은 월 134만여원, 구로구 15억 아파트는 300만원의 소득이 나오는 것으로 잡힌다. 독거노인이나 노부부의 집에 이렇게 하는 게 합당한지 잘 모르겠다.
은퇴자 옥죄는 건보료 실태
강남 3구가 총액의 8% 부담
용인·화성 반도체 특구 높아
“시급히 확 줄이거나 없애야”
부담 줄이려 ‘가짜직장인’ 유혹
집값에 더 민감한 게 건강보험료이다. 은퇴하면 지역가입자가 돼 재산 건보료에 부닥친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산 건보료를 가장 많이 낸 연령층은 60대이다. 전체의 32.2%를 냈다. 70대 24.6%이다. 6070세대가 57%를 낸다. 경제 활동을 거의 접은 은퇴자에게 가혹하다. 사는 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걸 줄이려 지인 사업장에 ‘가짜 직장인’으로 올릴까, 이런 유혹을 느끼게 한다. 은퇴자를 타락시키려 든다.
경기도 과천시 손모(62·전직 공기업 간부)씨는 월 19만원가량 건보료를 낸다. 재산분이 약 17만원, 소득분이 약 2만원(최저 건보료)이다. 손씨는 소득이 없지만, 최저 요금은 내야 한다. 문제는 재산이다. 고지서에 재산 점수 785점이라 돼 있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를 일. 재산 건보료는 60등급이고, 등급당 점수가 있다. 손씨는 32등급, 785점이다. 여기에 점당 금액(211.5)을 곱한다.
사는 집인데 매달 17만원
재산 건보료(1가구 1주택)는 대개 공시가격(시세의 69%)의 43~45%를 과세표준으로 잡는다. 시세의 약 30%이다. 손씨의 아파트는 2024년 19억원 정도였다. 손씨는 “투기한 것도 아니고, 작은 집을 재건축해서 입주해 사는데 여기에 매달 17만원 내는 게 맞느냐"고 말한다. 손씨는 내년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10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소득을 숨긴 것도 아닌데 직장생활 때 안 내던 재산 건보료를 왜 내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건보 피부양자로 얹히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2024년 60대 피부양자는 약 99만여명. 2019년보다 18% 줄었다. 전체 감소율(16.8%)보다 약간 많다. 자식 건보증에 얹히지 못한 부모가 많아졌다. 피부양자 자격 강화, 집값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재산의 과세표준 5억4001만~9억원이고 연 소득이 1000만원 넘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재산 건보료를 가장 많이 내는 데는 서울 강남구다. 월 82억원(연 983억원)을 낸다. 강남·용인·송파·서초·분당 순으로 많다. 반도체 특구로 뜨는 용인·화성(6위)·평택(11위)도 많다. 아파트가 많고 가격이 높은 곳이다. 강남구의 재산 건보료 총액은 강원이나 전남(통합 전 기준), 전북·충북·대전·제주·울산 같은 광역자치단체보다 훨씬 많다. 강남 3구의 재산 건보료가 전체의 7.7%를 맡는다. 상위 10위 시·군·구가 20.4%를 담당한다. 세대당 평균을 보면 용산(3위), 성동(7위), 영등포(8위), 마포(10위), 광진(13위) 등의 한강변이 높은 편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농사짓는 논밭에도 부과
지역이라고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경북 예천군 조모(70)씨는 월 26만원의 건보료를 낸다. 문중 땅과 본인 논·밭, 집 등의 재산 건보료가 절반가량 된다. 조씨는 "땅이 문제다.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논·밭, 사는 집에 왜 건보료를 매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재산 건보료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유럽 같은 데는 없다"고 말한다. 일본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지난해 1741곳의 시·정·촌(우리의 시군구) 중 235곳(13.5%)에만 있다. 2010년 1260곳, 2017년 1066곳이었다(일본 총무성 자료). 대신 소득과 가구(인원수) 건보료를 늘렸다.
김영희 디자이너
보수적인 일본이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재산세를 내는데 또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본다. 일본 건보의 원조 격인 독일도 같은 이유에서 재산에 물리지 않는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노인 국가이다. 노인은 특히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재산 건보료는 가혹하다는 점이다. 10여년 전 기자가 두 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설명했다.
전체의 3.5%,재정부담 작아
김영희 디자이너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따질 때 집을 가상 소득으로 잡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치자. 건보료는 아니다. 집에 매년 세금을 내는 데다 거기서 임대소득이 나오면 소득 건보료를 낸다. 그런데 집에, 전세금(월세)에 건보료를 여전히 매기고 있다.
게다가 60등급을 없애고 재산 과세표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하는 정률제로 바꾸려고 한다. 시대에 뒤처진 제도를 이렇게 고쳐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김진현 교수는 “건보료를 내려면 매달 납부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노인에게 재산 건보료를 매기면 집 팔고 딴 데 가라는 얘기다. 말이 안 된다”며 “재산 건보료는 더 확 줄이고 궁극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건보료 수입은 약 88조원이다. 이 중 재산분은 약 3조원으로 3.5%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