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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의 시선] 화풀이 축구 청문회, 안 하는 게 답이다

중앙일보

2026.07.21 08:16 2026.07.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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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 논설위원

신준봉 논설위원

한 달 넘게 전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던 북중미 월드컵이 지난 20일 끝났다.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로마의 거대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졌던 검투사들의 사투에 축구를 빗댄 바 있다(『움베르토 에코와 축구』). 수만 명을 수용하는 초현대식 스타디움의 장관에 관해서 이만한 비유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스코틀랜드 사회학자 리처드 줄리아노티에 따르면 국가가 경합하는 올림픽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개인 종목보다 팀 스포츠에서 더욱 강렬한 감정이 싹튼다. 축구는 특히 공격수와 수비수 간에 개인 차원에서, 또 아웅다웅하는 도시들에 기반한 클럽 차원에서, 라이벌 관계나 민족주의적 적대감에 사로잡힌 국가 차원에서 동시다발적 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축구의 사회학』).

월드컵 부진 참담할 정도였지만
감독과 협회에 대한 비난, 도 넘어
감독 선임 공정성 요구도 지나쳐

이렇게 놓고 보면 처참한 월드컵 성적표를 받아든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분노의 단죄 행렬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월드컵은 감독들의 무덤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48개 본선 진출국의 27%에 달하는 13명의 감독이 성적 부진, 계약 만료로 퇴진했다.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은데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우루과이 대표팀은, 선수단을 오히려 감싸줘야 할 축구협회가 귀국 전세기편을 취소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민족적 자존심이 걸린 생존 경쟁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홍명보 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쏟아지는 분노와 비난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전술과 기용에 불만 품은 선수들이 감독을 구타하는 AI 합성 영상은 섬뜩할 정도다. 살해 협박까지 나왔다. 남아공전 패배 이후 32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지며 피 말리는 희망 고문을 경험해야 했지만 성적 부진이 범죄는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서 협회와 감독을 질타한 장면에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체코전에서 역전승하자 태극전사·감독·스태프를 격려하는 X(옛 트위터) 글을 게시했던 대통령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만기친람이 장점일 때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 최고 권력자가 축구 못했다고 이런 비판을 가했다는 얘기 못 들어봤다. 월드컵을 정치로 오염시킨 처사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FIFA에 압박을 가해 뛰지 못할 자국 선수를 뛰게 만들었다.

덕분에 협회는 초유의 혁신에 내몰리게 됐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의 강화가 축구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는지 모르겠지만, 박지성이 혁신위원장을 맡아 앞으로 정몽규 전 회장 같은 장기집권 케이스가 없도록 회장 선거인단 수를 크게 늘리는 작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손흥민 등의 불참에 야당까지 미온적이자 당초 오늘이었던 날짜를 30일로 옮기기는 했지만 축구협회 청문회를 열 태세다.

스포츠만큼 결과가 중요한 영역도 드물다. 역전승하면 용병술의 승리, 졸전 끝에 패하면 역적이다. 감독뿐 아니라 협회장도 마찬가지다. 뭔가 발전은 없는 것 같고 클린스만 등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잇따라 공정성 논란이 일었으니 누군가 책임졌어야 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회장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국내 프로리그가 일류여야 대표팀 전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K리그 1·2부 29개 팀 가운데 흑자 내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실업팀과 다를 게 없다. 그나마 17개 구단은 지자체가 돈을 대는 시민구단이다. 지난해 일본 J1리그 20개 구단 가운데 15개가 흑자를 낸 것과 크게 차이 난다. 이렇다 보니 정 전 회장의 부산 아이파크 등 3개의 프로 구단을 운영해온 것만으로도 범현대가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싫든 좋든 공정성이 이 시대의 가치이긴 하지만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공정을 절대적인 잣대처럼 적용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을 탈탈 털었던 2024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문제 중 하나는 자격 조건 없는 이임생 당시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개입한 게 협회 내부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감독 선임은 스카우트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게 촘촘하게 규정을 따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오히려 협회장이 감독 선임에 강한 입김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 감독 공정하게 뽑는다고 대표팀 전력이 비례해서 향상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청문회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새로운 중대 비위 사실이 밝혀질 것 같지는 않다. 국민적 분노에 편승한 듯한 청문회는 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신준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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