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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대통령 부동산 거래의 기술

중앙일보

2026.07.21 08:18 2026.07.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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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불법과 편법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우리 사회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불법과 편법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우리 사회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나 재산공개 때 드러나는 재산목록과 자산 증식방식 자체가 매우 훌륭한 재테크 교과서라더니, 이렇게 또 한 수 배운다. 이중삼중 철벽 부동산 규제를 뚫는 '거래의 기술'을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내 돈 3억~5억원만 있으면 29억 원짜리 분당 아파트 소유권을 가져오는 어마어마한 신공이다.
대통령 집 매매 관련 형평성 논란
평소 비거주 1주택자도 '투기' 비판
본인 거래엔 근저당권 설정 활용

이재명 정부는 집값 폭등 잡겠다며 지난해 강력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전역과 성남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대출을 조이고, 전세 낀 갭투자는 금지(5~12월 조건부 허용)하고,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나 시행자 지정 고시 후엔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아 현금청산을 유도했다. 집 살 수요 줄이면 집 팔 사람이 싸게 내놓아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계산이었지만, 집값은 더 치솟고 수십억 원 현금부자 외엔 웬만한 수도권 아파트조차 사기 어렵게 됐다. 23일 '부동산 대토론회'를 앞두고 국민제안사이트에 "대출 등 규제 풀어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 분당 집 등기부 등본. 매수자들에게 채권최고액 17억 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게 보인다. 지난 2019년 이찬진 현 금감위원장과의 사인간 채무 기록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분당 집 등기부 등본. 매수자들에게 채권최고액 17억 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게 보인다. 지난 2019년 이찬진 현 금감위원장과의 사인간 채무 기록도 보인다.

사정이 이러한데 내 돈 거의 없이 분당 아파트를 손에 넣다니 이 무슨 허황한 얘기냐 싶을 거다. 믿으시라. 대통령 본인 아파트에서 실제 일어난 거래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지난 14일 공동명의인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전용 164㎡)를 김모·조모씨(수내동 파크타운 공동거주자인 매수인들)에게 시세(4월 실거래가 30억 3000만원)보다 조금 낮은 29억원에 파는 계약을 하고 이틀 뒤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이상한 건 잔금 받기 전 소유권부터 덥석 넘겨줬다는 점이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이 대통령 부부는 매수인을 채무자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보다 120~130% 높게 설정한다는 걸 고려할 때 이 대통령 부부가 이 집을 담보 잡아 13억~14억원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그만큼 덜 받고 아파트를 넘겼다는 얘기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25년과 2026년 재산공개 때 이 아파트 전세보증금 11억3000만원을 신고했으니 이 집 매수자는 당장은 전세보증금 빼고 고작 3억~5억원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고가 아파트를 손에 쥔 셈이다. 2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2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현금 없는 갭투자 매매를 막겠다는 게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인데, 정작 대통령은 근저당권 설정이라는 꼼수로 규제를 뚫었으니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20일 "매수자 사정으로 등기부터 완료했고, 잔금은 10월쯤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돈 받기 전 소유권부터 넘겨준 건 맞지만, 당장 집 살 돈 없는 사람 편의 봐준 게 뭐가 문제냐는 투다. 정말 그럴까.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 본인 아파트 매매 관련 등기부 등본이 공개되자 SNS에선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 해당 거래를 비꼬는 SNS 포스팅. [SNS 캡처]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 본인 아파트 매매 관련 등기부 등본이 공개되자 SNS에선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 해당 거래를 비꼬는 SNS 포스팅. [SNS 캡처]

청와대는 매수자 사정이 뭔지 말하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에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승계 문제로 짐작한다. 양지마을은 이달 말 재건축을 위한 시행자 지정 고시가 예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라 고시 후에 사면 입주권을 못 받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조합원 지위를 받으려면 무조건 그 전에 등기를 완료해야 해서 서둘렀을 거라는 추측이다. 매수자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무주택 실수요자조차 대출 규제 탓에 분양받은 집 입주도 못 할 판인데, 집값 잡겠다며 규제 만든 당사자인 대통령이 평소 그렇게 비판하던 '투기성 갈아타기'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 매수자의 조합원 지위까지 확보해 주려고 거액을 빌려주는 무리수를 둔 것처럼 보이니 형평성 논란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매수인만 이익이고 매도인은 손해"라는 식으로 대통령 편을 들지만, 일각에선 "다시 집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 아니냐"는 의심까지 할만큼 여론이 나쁘다. "빠른 거래 목적"이라는 설명으론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유달리 학습능력 좋은 우리 국민 기질상 너나없이 이 우회로를 활용하려 들 텐데 앞으로 어쩔 셈인가 걱정스럽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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