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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지말라는것 아니냐”…내집 대신 ‘캥거루’ 택한 청년들, 왜

중앙일보

2026.07.21 13:00 2026.07.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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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안정적인 회사에 8년째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산다. 독립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회사 근처 원룸 시세를 알아보고는 마음을 접었다. 이씨는 “집 상태는 그럭저럭한 데 비해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1000만원, 100만~150만원대로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며 “월급의 절반 가까이가 숨만 쉬어도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별다른 계기가 없다면 독립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모 집에 남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청년 백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주거비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대 취준생 등이 주로 ‘캥거루족’이 된다는 인식과 달리, 30대 직장인도 높아진 주거비 탓에 부모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이 있는 50·60대와 주택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20·30대 사이의 자산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1일 중앙일보가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20·3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2020년 2억2730만원에서 지난해 2억1950만원으로 780만원(-3.4%) 감소했다. 반면 50·6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같은 기간 4억1450만원에서 5억7420만원으로 1억5970만원(+38.5%) 증가했다. 두 세대의 순자산 격차는 1억8720만원에서 3억5470만원으로 1억6750만원 확대됐다. 50·60대의 평균 순자산은 2020년에는 20·30대의 1.8배였지만 지난해에는 2.6배로 높아졌다.


격차 확대의 중심에는 부동산이 있었다. 20·30대와 50·60대의 평균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20년 1억7450만원에서 지난해 3억2220만원으로 1억4770만원 커졌다. 전체 순자산 격차 확대분(1억6750만원)의 88.2%가 부동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의 혜택이 이미 부동산을 보유한 부모 세대에 집중된 반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은 자산 상승에서 소외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30대 가구주의 자가 거주 비중은 2020년만 해도 39.1%로 4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에는 27.7%로 11.4%포인트 낮아졌다.

내 집 마련을 못한 청년들의 ‘독립 지연’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가구주가 50∼69세이면서 30대 미혼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는 2020년 111만9000가구에서 지난해 128만9000가구로 17만 가구(15.2%)나 늘었다. 50·60대 부모와 동거하는 30대 미혼 자녀 중 취업자 비율은 77.5%에서 78.1%로, 상용근로자 비율은 56.2%에서 58.6%로 각각 높아졌다. 부모와 사는 것이 단순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도 독립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대출 규제 강화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더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정책 대출인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한도가 축소됐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적용되는 디딤돌대출 한도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는 2억원에서 1억5000만원 등으로 줄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는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다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자기자금이나 부모 지원을 동원할 수 있는 청년만 주택시장에 진입해, 청년 내부의 자산 격차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34)씨는 “대출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며 “부모 도움 없이 월급만 모으는 청년에게는 사실상 집을 사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대 간 자산 격차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자산이 고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자산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노력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의 제약은 근로의욕과 사회적 신뢰를 악화시켜 사회적 비용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부모 동거가 장기화하면 가족 형성이 늦어지고 출생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부모 지원이 가능한 청년에게만 (주택 취득의) 기회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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