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 위협에 유조선 회항 잇따라…글로벌 원유 수송망 비상
중앙일보
2026.07.21 17:40
21일 아랍에미리트 딥바 알 푸자이라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목격된 화물선들. EPA=연합뉴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를 본격화하면서 유조선들의 회항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홍해까지 위협받자 글로벌 원유 수송망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dpa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의 일환으로 경고를 발령한 이후 최근 24시간 동안 선박 6척이 항로를 변경하거나 회항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전날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해협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 사우디산 원유의 주요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돼 왔다.
후티가 운영하는 사바통신은 회항한 선박들이 경고를 받은 뒤 항로를 변경했다고 전했지만 선박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후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HOCC)는 글로벌 해운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사우디 모든 항구에서 선박의 화물 선적과 하역을 금지한다"고 경고하고 해상 안전을 위해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경고 이후 사우디산 원유를 실은 일부 유조선은 홍해에서 운항을 중단하거나 수에즈운하 방향으로 북상하는 등 항로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선박 일부도 홍해에서 회항했으며, 그리스 해운사 다이나콤 탱커스가 관리하는 유조선도 운항 경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박 위치 추적 자료를 보면 일부 유조선은 위험을 감수한 채 홍해 항로 운항을 이어가고 있으며, 아시아 일부 원유 구매자들도 여전히 홍해를 통한 선적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 상당 부분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로 우회 수송해 왔다. 이에 따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중동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그러나 홍해마저 봉쇄 위기에 놓이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재개된 이후 이달 국제유가는 약 25% 상승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공급 안보에 대한 우려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으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적대 행위가 격화하고 상업용 재고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석유 공급 안보를 안일하게 바라볼 여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