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63엔 39년만에 엔화 최저…재정 확대·중동 정세 영향
중앙일보
2026.07.21 18:26
2026.07.21 18:56
39년 만에 달러당 163엔으로 엔화 가치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엔화 가치가 약 39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며 엔·달러 환율이 163엔대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160엔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역대급 엔저의 배경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타격 경고와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대상 해상봉쇄 선언으로 국제유가(WTI 장중 85달러 돌파)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서는 무역수지 악화 우려까지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원인은 일본 내부의 정책적 불안 요인, 이른바 ‘호네부토(骨太, 굵은 뼈) 쇼크’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내각이 발표한 경제·재정 운영 지침(‘호네부토 방침’)에서 기존의 재정 건전화 및 기초재정수지(PB) 흑자 목표를 삭제하고 적극적 확장 재정을 내세운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는 듯한 문구가 포함되면서 시장의 국채 매도가 폭증, 10년물 국채 금리가 2.9%까지 급등했다.
뒤늦게 정부가 BOJ의 독립성을 배려하는 문구를 추가해 최종 확정했으나 엔화 약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그동안 지속하던 원화와 엔화의 ‘커플링(동조) 현상’은 이탈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수백억 달러 규모의 환전 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원화가 독자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로 하락하고 엔·원 재정환율 역시 907원대까지 떨어졌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