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공학 전환 반대 관련 래커칠이 남아있는 모습. 뉴스1
2024년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학교를 점거하고 래커칠을 한 혐의를 받는 재학생 11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래커칠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교직원 업무를 방해할 고의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시설물의 효용이나 가치도 훼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방해, 공동퇴거불응, 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당시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최모씨 등 11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4년 11∼12월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방침에 반대하며 24일간 동덕여대 본관을 점거하고 교내 시설물에 래커칠하는 등 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이모씨는 당시 총장 비서실에 있던 직원이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워 문을 막은 혐의도 받고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 혐의다.
지난해 2월 21일 서울 동덕여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11월 남녀공학 전환 관련 학생들의 래커칠 등 시위로 인한 학교 측 피해 보상 문제로 의견 대립 중이다. 연합뉴스
피고인 11명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본관 등 점거로 교직원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방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위력을 행사하거나 고의로 업무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퇴거불응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소사실에 기재한 기간에 본관 등에 머물지 않았거나 학교 측의 퇴거 요청을 직접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으로 점거에 동참한 혐의를 받는 최씨 측은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학생들에게 퇴거를 요구하기 위해 거기(점거 장소)에 갔을 뿐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게 아니”라며 “(학생들을) 퇴거시킬 방법이 없었다. 퇴거시킬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당시 점거 현장에서 청소나 물품 관리를 하거나 잠시 들렀을 뿐 점거를 목적으로 머문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본관 로비와 기둥, 벽면, 100주년기념관 외부 계단에 래커칠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래커칠로 해당 시설물의 효용이나 가치가 침해된 것은 아니어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 방법으로 효용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한다.
김 판사는 오는 9월 16일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동덕여대 측은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인한 피해액이 약 46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총장 명의로 최씨 등 21명을 경찰에 고소했다가 취소했다.
하지만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범죄여서 경찰은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해 6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당시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검찰에 질문하고 싶다. 대학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에 형사처벌을 강행하는 게 공익에 부합하는지”라며 “기소 결정은 매우 부적절하고, 학생 공동체 전반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