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왼쪽에서 두번째)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일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공식화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 이것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라며 “이 대원칙에 당내에 어떤 이견도 없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개혁엔 언제나 저항이 따른다”며 “여기서 멈추거나 타협하면 검찰청 간판만 공소청으로 바뀔 뿐 검찰 권력의 본질이 그대로 남는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무도한 수사, 통제받지 않는 권력 남용의 역사를 끊어내려 한다”고도 덧붙였다.
“충분한 숙의와 적기 입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15일 최고위)며 형소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한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도 공청회 형식의 당 의원총회를 여는 등 숙의 절차에 집중했다. 하지만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커질 조짐이 나타나자 전면 폐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원내대표는 입법 시기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당은 형사소송법 개정 TF를 통해 논의를 숙성시켰고 그 사이 법사위도 7차례에 걸쳐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를 열어 22개 쟁점을 하나하나 면밀히 심사했다”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민주당 내부에선 10월 공소청·중수청 개청까지 불과 2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 데다 법 개정에 맞춰 시행령 등 하위 법규를 정비하려면 이미 시간이 촉박하단 시선이 많다.
김승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따라 법사위도 형소법 개정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안심사 1소위는 이날 오전 10시 회의에서 검사 보완수사권 존치 등을 담은 홍기원 의원의 개정안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개정안, 서영교 위원장이 낸 국가수사인권보호관 설치 등 법안을 직회부해 심사했다. 법무부는 이 자리에서 장윤기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경찰의 의도적 사건 암장 ▶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은 보완수사요구권 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내용의 자료집을 배포했다.
하지만 법사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공감대가 더 커지고 있다. 1소위 위원장이자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사 보완수사 허용 여부는 남용 방지 대안이 전제돼야 하는데, 대안을 아직 제시한 분은 없다”며 “(국민의힘이) 처리 지연을 목표로 한 행동을 소위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김민석 전 총리가 현직에 있었던 6월 말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쪽으로 형소법 개정안 방향을 확정했다”며 “지금 와서 당정 입장이 달라질 건 없다. 개정안 처리 속도는 법사위원장과 간사 의지에 달렸다”고 했다.
서영교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7.08.
법사위는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청주지검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의 통신영장을 반려한 걸 문제 삼는 긴급현안질의에 나섰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영장 기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추궁하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구속 필요성을 영장에 기재해 다시 신청을 해야하는데 오늘까지 신청이 안 됐다”고 답했다. 김 의원 “성범죄가 발생했는데”라고 재차 따지자 정 장관이 “경찰 수사 중인 사건 영장을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보나”며 반박하는 등 언쟁도 벌어졌다. 앞서 오전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일부 여당 법사위원을 대동하고 청주지검을 찾기도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여당 지도부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 공식화에 대해 “이번 입법은 결코 검찰개혁이 아니다. 권력에 불편한 수사를 무력화하고 형사사법 체계를 해체하려는 위험한 정치 프로젝트”라며 “국민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을 권력 보호법, 방탄 입법이라고 의심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