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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과 근무 도중 “지휘관 엉망” 비난한 군인, 상관모욕죄 아니다

중앙일보

2026.07.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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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부하들과 함께 근무하던 도중 상관을 비난한 것만으로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22일 판단했다. 군형법상 상관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한 ‘공연한 방법’의 범위를 기존보다 한층 좁게 해석하며 처벌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해군 함정 전파탐지팀장(전탐장) A상사의 군형법상 상관모욕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고등군사법원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보냈다. 이로써 1999년 12월 대법원이 정했던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 대한 판례가 27년 만에 바뀌었다.


A상사는 2019년 10월 함정을 타고 항구로 향하던 도중 입항과 관련해 상관에게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상관이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자 A상사는 3명의 부대원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며 착용하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책상에 집어 던졌다. 군형법(제64조 2항)에 따르면 ‘문서, 도화(그림 등), 우상(조각상 등)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문서 공시나 연설 수준 공개 모욕해야 상관모욕죄”

군사법원 1·2심은 A상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A상사가 훈련 도중 다른 부대원들이 듣고 있는 상태에서 지휘관을 비난한 것은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1·2심은 A상사가 “지휘관 엉망”이라는 모욕 발언을 할 당시 문서나 도화, 연설 등의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부하들이 해당 발언을 인식한 만큼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그 밖의 공연한 방법’에 대해 문서를 공시하거나 연설을 한 것과 준하는 수준으로 공개적인 모욕을 했을 때에만 상관모욕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범위를 제한했다. 대법원은 A상사의 모욕 발언에 대해 “일방적,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뤄지거나 확산될 만한 방법으로 표현되지도 않았다”고 봤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군인 3명은 피고인의 옆에서 각자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피고인의 발언을 듣거나 피고인의 행동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하들이 모욕 발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본 기존 법리에 대해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앞으로는 소수의 부대원이 있는 자리에서 상관을 모욕한 행위에 대해선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처벌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이 경우 일반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 가능하다.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진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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