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부정 응시 의뢰인이 착용한 소형 이어폰(왼쪽)과 응시자가 송수신기를 착용한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한류 확산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응시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부정행위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영어의 토익·토플처럼 독립된 전문 기관이 한국어 시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토픽 부정행위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짐에 따라 유효 신분증 검사를 강화하고 전파탐지기를 도입하는 등 방지 대책이 확대될 예정이다. 1997년 시작된 토픽 시험의 응시자는 2022년 36만명에서 2023년 42만명, 2024년 49만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50만명을 처음 돌파했다.
최근 토픽을 대신 봐주거나 초소형 이어폰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응시자에게 답을 불러준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 대부분은 중국인으로,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토픽 부정 응시를 홍보했다. 송·수신기 등을 동원한 부정응시는 200만원, 대리응시는 800만원 등으로 가격이 매겨졌다. 대리 응시자들은 브로커로부터 건당 80만원을 받았다.
지난 4월엔 국가별로 시차를 두고 치러지고 대륙별 문제가 유사한 토픽의 특성을 악용한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 조직은 한국보다 미국·유럽 등에서 먼저 치러지는 점을 이용해 시험 문제와 답안을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달했다. 국내 시험장에서 답안이 적힌 쪽지를 보는 응시자를 수상하게 여긴 감독관의 신고로 범행이 드러났다.
자료 : 교육부
교육부는 이렇게 부정하게 토픽 점수를 받고 국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학위를 취소하고, 장학금도 환수할 예정이다. 토픽을 주관하는 국립국제교육원은 올해부터 이어폰이나 인공지능(AI) 안경 등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기기를 탐지할 수 있는 전파탐지기도 도입했다.
K-컬처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한국어를 가르치는 해외 학교가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어반을 개설한 해외 학교는 2024년 2526교에서 2025년 2777교로 증가 추세다. 일본(576개교)·브라질(309개교)·미국(240개교) 등에서 한국어 수업이 가장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를 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채택한 국가는 24개국으로, 이중 대입 시험에 반영한 국가는 11개국이다. 11개국 중 홍콩·베트남은 한국어 시험 점수를 토픽으로 대체했다.
임채훈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응시 인원 규모나 사회적 기능으로 봤을 때 토픽의 가치와 중요성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 정부 산하로 별도 시험 전담 기구나 독립 법인이 전문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