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으며 ‘명태균 의혹’을 둘러싼 하급심 유·무죄 판단은 더욱 엇갈리는 양상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조형우)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상실한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벌금 300만원, 후원자 김한정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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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사건에만 있는 쟁점…김한정 대납 여부
‘명태균 의혹’으로 유죄 판단을 받은 건 오 시장이 두 번째다. 지난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징역 2년과 1억3963만원의 추징을 선고받았다. 반면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는 지난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고, 24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의 핵심 쟁점은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가 부부의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가다. 김 여사 1·2심 재판부는 “명태균은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여러 사람에게 배포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부부의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이를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오 시장 사건에서는 여기에 사업가 김한정씨가 여론조사비 3300만원을 대납했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대납을 인지했는지 ▶오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에 대해 10회의 여론조사별로 판단을 내놓았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면 비용 상당액은 오 시장의 정치활동을 위한 재산상 이익이 된다.
오 시장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며 자신은 비용 지급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김건희 특검팀은 명씨 진술 등을 토대로 오 시장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법정에서 오 시장으로부터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김한정씨가 오 시장 측 요청에 따라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오 시장 측이 의뢰한 여론조사로 명씨를 검증한 뒤 김한정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김한정이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한정은 오세훈 측 요청이 없었으면 3회차 여론조사 비용 1000만원을 입금할 이유가 없었다”며 “만나본 적 없는 명씨에게 거금을 지급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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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여론조사 10회 중 5번은 오세훈 의뢰”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부는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10번 중 5번은 오 시장의 의뢰라고 봤다. 재판부는 “오세훈은 나경원에게 앞서는 결과를 기대하는 한편, 부수적으로는 김종인과 접점 형성을 기대하며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이 선거에서 당선되고자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므로, 여론조사 비용은 오세훈의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며 “제3자가 위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것은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 표본 선정 방식 등에 관여했다고 봤다. 강철원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 표본수에 의문을 제기해 2021년 1월 25일 여론조사의 표본수가 2793개에서 2000개로 줄어든 점,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오 시장 측이 이에 항의하며 공표를 늦게 함으로써 효과를 최소화하려 한 점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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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갈린 이유는 명태균 진술 신빙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명씨는 법정구속됐다. 뉴스1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진 배경에는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차이가 있었다. 김 여사 사건 1·2심 재판부는 명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태균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여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재판 1심에선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가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무상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 시장 재판부 역시 “명씨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나타난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명씨가 여론조사 실시 당시 지인에게 오 시장에 대한 문자를 남긴 점, 명씨 진술과 오 시장의 동선 등 객관적 사실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