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화하며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도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파업을 무기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를 관철한 데 이어 공장 증설 등 경영상 결정에도 관여하려 하는 건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영업이익 배분이나 공장 증설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어떤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지를 별도의 시행규칙이나 행정지침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 쟁의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기준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노봉법 시행 초기 혼선이나 오해가 없도록 (기준 마련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노봉법 해석 지침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좀 더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 요구가 쟁의 대상인지는 계속 검토해왔지만, 좀 더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 노봉법은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것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되도록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모든 경영상 결정은 근로조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를 쟁의 대상으로 봐야 하냐를 두고 노사 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쟁의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노동권 침해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삼전 노조의 입장 발표 직후인 13일 “기업 투자, 공장 증설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해석지침에도 기업 합병이나 분할, 매각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 전환 등 근로조건의 실질적ㆍ구체적 변동이 발생하거나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 고용보장 요구 등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노동부가 지침을 정한다고 해도 법적 구속력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사법 분쟁이 늘고, 혼란 비용을 노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봉법 개정을 통해 쟁의 대상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게 소모적인 분쟁을 줄이는 길”이라며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법적 명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