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 씨에게 33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로 1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지 50일 만에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가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다. 그간 수면 아래 잠복했었던 오 시장의 사법리스크가 현실적인 위기로 떠오른 것이다.
형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차기 보수 리더 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 오세훈’에게 큰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 상실은 물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날 선고 직후 굳은 표정으로 “저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천하의 거짓말쟁이인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선고 직전까지도 무죄를 확신했다고 한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도 선고 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 시장의 리더십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직후 서울시 분위기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쟁점은 확정판결 시점이다. 오 시장 사건은 1심을 기소일로부터 6개월, 2·3심은 전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판결하도록 하는 특검법 신속 재판 규정을 적용받는다. 규정에 따라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내년 1월 중에 확정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및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점식 원내대표. 뉴스1
국민의힘은 충격에 휩싸였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의 야당 죽이기와 정치 탄압, 끝이 없다”고 적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선고 직후 “명태균의 진술에 의존한 판사의 예단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고,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인지 묻게 하는 중대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율사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오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당선돼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는데 곧장 암초를 만났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선 서울시장직 상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차기 대선 주자를 잃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로 보수 진영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남 중진의원은 “보수 리더 그룹의 한 축인 오 시장이 정치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오 시장과 장동혁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을 둘러싼 의원들의 눈치 싸움도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장 대표를 겨냥해 “자기 당 시장한테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외치며 욕보이지 못해 안달하더니 이제 속이 시원하나”라고 공격했다.
오 시장 측은 이날 “흔들림 없이 시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이 향후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여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이 정치적 탄압을 강조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해 활로를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 씨에게 33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로 1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거센 공세를 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명백한 범죄에 대한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논평했다. 서울시장 선거 당내 경선에 출마했던 박주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더 이상의 지연은 용납될 수 없다. 신속한 재판으로 거짓 시장을 끝내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오 시장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선거에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 카드를 내세웠다가 석패했던 민주당에선 보궐선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오 시장에 대해 법리가 잘못 적용된 게 아니라면 시장직 상실은 불가피하다”며 “보궐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