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지키고 있는 제복 입은 기사들
목각 인형처럼 고개를 숙이지만
방향을 가리킬 때면
날렵한 선이 된다
층층마다 진열된 욕망의 소비재들
냉정한 핸드백들이 제 아무리 다짐해도
결국엔 모래성처럼
지폐들은 빠져나간다
첫 출근했다는 신입사원 AI로봇
눈부신 조명만큼 상냥한 매너로
상품을 판독하면서
앞장서 걸어간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자본주의는 강하다 여성들이 왜 그렇게 백화점에 약한지 이 시조를 보니 알겠다. 우선 세련되고 정중한 매너에 흔들리고, 층층마다 진열된 욕망의 소비재들 앞에서 지갑을 열지 않겠다던 굳은 다짐이 기어이 무너지고 마는구나. 게다가 이제는 AI로봇까지 등장해 세련미를 더하니 항복할 수밖에 없겠다.
삶이 고단해지거든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백화점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 있지 아니한가? 그 로망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