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성재의 마켓 나우] 혁신과 거품, 200년째 함께 달린다

중앙일보

2026.07.22 08:06 2026.07.22 13:4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1825년 9월 잉글랜드 실든에서 스톡턴-달링턴 철도 개막식이 열렸다. 조지 스티븐슨이 설계·제작한 증기기관차 ‘로코모션 1호’가 증기를 내뿜었다. 선로 주변에 모인 수만 명 관객은 30량이 넘는 철도차량의 위용에 환호했다. 선로 옆 도로에서는 마차가 기차와 경주하며 한동안 앞서 나갔다. 이윽고 기관차가 속도를 올려 마차를 가볍게 따돌렸다. 이 장면은 혁신적 철도 기술의 등장과 마차 시대의 종언을 상징했다.

5년 후 산업도시 맨체스터와 무역항 리버풀을 연결하는 리버풀-맨체스터 철도가 개통했다. 이 철도는 마차로 이틀 걸리던 이동시간을 1시간 반으로 줄였다. 운하가 독점하던 면화와 석탄의 운임도 30% 이상 낮아졌다. 이동시간 단축으로 승객도 폭발적으로 늘며 여객 철도라는 신산업이 탄생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주주에게 법적 상한선인 10%의 높은 배당금을 꼬박꼬박 지급했다.

철도주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확신이 대중 사이에 퍼졌다. 1843년에서 1845년까지 철도주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고, 일부 투기적 종목은 다섯 배 넘게 급등했다. 독특한 신주 공모 청약제도가 투기를 자극했다. 투자자는 발행가의 5%만 내고 신주를 청약할 수 있었고, 청약증서가 거래되면서 최대 20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했다.

고수익이 가능한 철도주는 국민주가 되었다. 귀족과 중산층뿐만 아니라 영세 상인, 하인, 심지어 시골 목사까지 투기에 열광했다. 철도 광풍의 정점이었던 1840년대 중반 신설 철도 프로젝트의 투자자금 규모는 GDP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1845년 영국 의회는 청약대금의 예치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유동성이 경색되자 은행은 주식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투자자는 청약 미납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매에 나섰다. 1850년 철도주 가격은 고점 대비 67% 하락했다.

영국의 철도주 광풍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년간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반도체 주가는 몇 배로 뛰었다. 관심 없던 투자자까지 빚을 내 가세하며 레버리지 투기 광풍이 시장을 휩쓸었다. 최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과 AI 데이터센터 조성에 필요한 투자액은 GDP의 50%를 넘는다. 자칫 실체 없는 과잉투자로 이어지면, 장밋빛 환상만 부풀려 주식 투기를 자극할 수 있다. 투자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인프라 투자지출의 타당성을 최대한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철도는 세상을 바꾸었지만, 철도주를 산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AI 혁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