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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의 이슈진단] 사관학교 개혁 시급하지만 ‘자운대 한지붕’ 안은 신중해야

중앙일보

2026.07.22 08:16 2026.07.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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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 사관학교 통합, 명분과 현실

정용수 논설위원

정용수 논설위원

국방부가 지난 16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계획(이하 ‘자운대 계획’)을 발표했다. 자운대는 육·해·공군 대학과 합동참모대학 등 17개 군사교육 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마친 뒤 “사관학교가 처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관학교 교육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기존 조직을 기계적으로 규합하는 구조조정이 아닌 국방교육 대개혁의 첫걸음”이라며 “최고 수준의 첨단 사관학교를 만드는 도약적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날 조감도도 공개했으나 신입생 선발 방식이나 학교 운영 등 구체적 방안은 추후 공청회 등을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군, 자운대 통합 계획 발표
콘텐트 빠진 물리적 합치기
전문성 없는 합동성은 곤란
정치색 뺀 발전적 개혁 나서길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창설을 추진중인 국군사관학교 조감도. [사진 국방부]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창설을 추진중인 국군사관학교 조감도. [사진 국방부]

“전쟁 양상 변화, 개혁 불가피”
국방부가 제시한 통합 배경은 인구 감소, 미래 전쟁 준비, 전작권 환수(국방부는 ‘회복’으로 표현) 대비, 합동성 강화 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대전에 현재 사관학교 교육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지적대로 최근 전쟁 양상은 사관학교 교육의 체질 변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드론이 전장을 누비고 첨단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육사의 경우 AI데이터학과를 설치하고도 전임교수는 4명이 전부다. 14개 학과 중 교수 숫자가 가장 적다. 해사 역시 인공지능학과와 사이버과학과 전임교수가 각각 4명뿐이다. 공사는 커리큘럼 상 2학점짜리 ‘사이버전’이 미래전 관련 과목이다. 군이 전쟁 양상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단면이다. 현대전의 핵심 기조인 합동성 역시 사관학교 교과과정이나 생도 생활에선 찾기 어렵다. 국회 국방위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100년 전 비행기 발명 후 공군이 창설됐듯, 우주·사이버전 등 미래전에 대비하는 사관학교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국방부 ‘자운대 계획’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서울, 진해, 청주에 흩어진 사관학교를 한곳으로 모아 4년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것 외에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소프트웨어는 빠져 있다. 당초 국방부는 1·2학년 생도를 통합 교육한 뒤 3·4학년 때 각 군별 별도 장소로 보내 전문성을 기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다 반발이 거세자 4년제 대학 수준 첨단 캠퍼스를 건설하겠다고 물러섰다. 애초부터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선발 방식이나 개교 시기, 합동성 강화 방안 등도 검토했다고 하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자운대 인근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있어 첨단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정작 조종 기술을 배워야 할 공사 생도들은 활주로가 없는 곳에서, 함정 생활과 해상 작전 기초를 배워야 할 해사 생도들은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 교육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경철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 차장은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할 경우 바다 없는 해사, 활주로 없는 공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우리 군의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합동성이냐 협동성과 전문성이냐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4년제 일반 대학 수준으로 만들고, 민간 교수진과 시설을 활용한 최첨단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최우수 연구대학으로 꼽히는 캐나다 왕립사관대학(RMC)이나, 주 1회 군사교육 외에는 민간 대학과 동일하게 운영되는 독일 헬무트 슈미트 연방군대학, 3군을 통합 배출하는 일본 방위대학 등이 참고 모델이다. 김 의원은 “사관학교 졸업 시 학사 자격을 주는 것은 방학이나 일과 후에 장교 기초를 배우고 일과 시간에는 일반 대학과 같은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전체 병력이 6만 명에 불과해 물리적으로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육사 총동창회 관계자는 “3군 통합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태국의 경우 오히려 생도 시절 인맥 형성으로 쿠데타가 이어진 바 있다”며 “통합이 권력 통제나 합동성 강화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깊다. 신 전 차장은 “육·해·공의 합동성이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각 군 내부의 ‘협동성(Combined Arms)’을 키우는 게 우선이고 그 뒤에 합동성을 추구하는 게 순서”라며 “초급장교는 각 군 특성에 맞는 전략과 전술, 무기 운용 방식을 익히고, 소령이나 중령 시절 보수교육을 통해 타군과의 합동성을 익히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영하며 영관급 장교를 대상으로 합동성 교육을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관학교의 영어 표기는 아카데미(Academy)이다. 단순 지식 함양이 아닌 ‘전사(Warrior)’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해사와 공사는 체육 수업을 각각 해양체육, 항공체육으로 특화하는데 이에는 각 군의 특수한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역량을 기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국민 여론 역시 이 같은 우려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 16일 ‘전국 지표 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55%가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각 군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약화하므로 통합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34%였다. 같은 날 공개된 개혁신당 여론조사에서도 통합 반대가 75.4%로 압도적이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사관학교 통합의 정치학
사관학교 통합론은 노태우 정부 이래 8차례나 시도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직후에도 군의 합동성 강화를 명분으로 사관학교 통합안이 강력히 대두했다. 그러나 당시 개혁안 이면에는 안보 논리보다 태릉 육사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부동산 개발 논리가 결합하면서 본질이 오염됐고, 결국 각 군의 반발 속에 동력을 잃었다. 군사적 필요성보다는 하드웨어 이전이나 부지 활용이라는 외적 요소가 개혁의 주객을 뒤바꿔 놓았던 전례다.

정치적 맥락도 짙게 깔려 있다. 19대 대선 직전이던 2017년 5월 초,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는 “군은 안 된다. 군이 되더라도 육군은 안 된다. 육군이 되더라도 육사는 안 된다”며 육사 개혁에 초점을 맞춘 군 구조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진보 진영이 바라보는 육사 개혁은 단순한 교육 개혁을 넘어 군내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겠다는 정치적 과제이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 역시 육사 출신 인맥들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같은 개혁 명분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볼 때 사관학교 통합만으로 군 전체의 합동성을 강화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지난해 임관한 육군 소위 중 육사 출신은 5.3%에 불과하며, 해군(18.9%)과 공군(17.6%) 역시 사관학교 출신 비중은 크지 않다. 사관학교가 장기 복무 장교를 양성하는 중심축이라 하더라도, 임관 장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군(ROTC) 및 학사 사관장교들에 대한 합동성 강화 대책 없이 사관생도만 자운대에 모아놓는 ‘자운대 계획’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거진 ‘육사 지우기’의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같은 뿌리를 두고도 갈등을 겪는 해군과 해병대의 사례만 보더라도 물리적 통합이 화학적 융합이나 합동성 강화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1951년 정규 육사가 창설될 당시 미 웨스트포인트의 최첨단 시스템과 엘리트 의식을 이식받았던 육사는 대한민국 안보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권력의 중심에 서며 군내 파벌 형성과 정치적 개입이라는 그늘을 남겼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육사 개혁’이라는 부메랑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육사의 기득권 타파와 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그리고 미래전에 맞춘 교육 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육사 출신 일부 군인들의 빗나간 행적이 그런 빌미를 제공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부실한 자운대 물리적 통합’의 명분이 돼선 안된다. 사관학교의 획기적인 체질 개선은 명분이 아니라 철저한 안보 의식과 전장 환경을 최상위에 놓고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사관학교 교육은 미래전에 맞게 바꾸고 첨단 기술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각 군의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이나 중복 투자로 혈세를 낭비하는 일도 당연히 막아야 한다. 하지만 사관학교 수술의 본질이 ‘자운대 한지붕’이라는 주먹구구식 하드웨어 통합에 매몰돼선 안 된다. 각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살리고 내실을 기하는 철저한 준비가 먼저다.





정용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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