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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해야 할 일, 안 해도 될 일, 해선 안 될 일

중앙일보

2026.07.22 08:22 2026.07.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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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논설실장

예영준 논설실장

일본과의 갈등이 심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회의를 마친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따로 불러 말했다. “예전에 독도에 강치가 서식하고 있었다던데 복원 방안을 알아봐 주세요.” 일본 어민의 남획으로 멸종된 강치를 되살리면 독도영유권 강화와 국제 여론전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복원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는 얘기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 복원은 화석 속에 공룡의 DNA가 남아 있었다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DNA가 남아 있을 리 없는 강치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것 쯤은 초보적 상식으로 대번 알 수 있는 일인데, 장관은 면전에서 대통령 지시를 묵살할 수 없었다. 산하 연구기관에 자문하고, 북대서양에 산다는 유사 종을 데려와 키우는 대안도 검토하는 등 ‘불가능’ 보고를 올리기 위한 여러 단계를 거쳤다. 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을까.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 아무도 임금님은 벌거숭이라 말하지 못하는 동화 속 일이 현실에서도 가끔 벌어지는 법이다.

탈모치료 건보, 임신중지 약까지
모든 분야 지시 양산하는 대통령
보완수사권 문제는 왜 지시 없나
개인 소신 넘는 대통령 책임에 속해

이달 초 보건복지부가 예고했던 토론회가 행사 직전 취소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탈모치료의 건강보험적용이 주제였는데, 한정된 재정으로는 중증·희귀병 환자를 지원하는 게 건보 취지에 부합한다는 반론이 강한 사안이었다. 아예 없던 일이 된 건지는 모르지만 밀어붙이기를 중단한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었더라면 복지부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중점추진과제로 삼고 서두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후 이 대통령은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도입 문제를 꺼냈다. 이 또한 부작용과 의료사고 책임 등 의학적 문제에 사회윤리적 문제까지 얽힌 논쟁적 사안이다. 해외직구로 불법유통되는 현실을 무시할 순 없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도 일리가 있지만, 그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말해 버리면 아무도 그걸 단순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검토 지시는 그냥 그대로 정책해법이 되는 게 우리 공직사회다.

실제 많은 일들이 대통령의 문제제기로 이뤄지고 있다. 얼마전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환경미화원 임금이 과소지급된 사례 1100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잘못을 찾아내 바로 잡은 건 박수받을 일이다. 그런데 왜 이걸 청와대가 발표했을까. 강 대변인은 “대통령 지시로”란 말을 앞에 붙였다. 다른 참모들도 “대통령 지시”란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모든 공을 대통령에게 돌리겠다는 충성심의 발로라 쳐도 굳이 그렇게 밝혀야 하는지, 일선 부처에 발표를 맡기는 게 더 적절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참모들은 “대통령이 격노하셨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청와대의 영이 추상같이 살아 있음을 강조한 말이겠지만, 듣는 국민은 대단히 불편한 말이다. 대통령의 감정 기복에 국정 운영이 흔들려서도 안될 일이거니와, 수시로 화내는 대통령을 국민이 신뢰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격노를 했더라도 참모는 걸러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왕의 진노를 신하들이 쉬쉬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지금 청와대 참모들이 수시로 전달하는 “대통령 지시”는 “격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공직사회의 자발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민주국가에서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의아스럽게도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는 일이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다. 대통령은 기자회견 때마다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1월)거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6월)고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역량과 폐해를 두루 아는 법률가 출신으로서의 소신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회에 공을 넘겼다. 그 과정에 민주당 강경파의 드라이브와 보완수사권과 공소취소 거래의혹을 터뜨린 김어준 방송의 협공이 있었다. 말은 국회로 넘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여당에 공을 넘기고 대통령은 뒤로 빠져 있는 형국이 됐다. 지금 이 문제는 민주당 당권 경쟁의 와중에 적통 논란과 중첩되며 선명성 경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장윤기 사건으로 인한 실증적 사례도 그들은 외면한다. “법률가로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를 어떻게 만들지 책임감이 있다”고 한 발언(6월)에서 변함이 없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이 혼란을 정리하는 것이 소신 따로, 행동 따로란 비판을 면하고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무지하고 게으르고 일머리 없는 대통령을 만나면 국민만 불행해진다. 반대로 박학하고 부지런하고 일 솜씨 있는 대통령을 만나면 국민은 행복해질까.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세상 누구에게든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면 좋지만 안해도 될 일, 그리고 해선 안 될 일의 세가지로 나뉘어진다. 그 가운데 하면 좋을 일은 굳이 내가 하지 않더라도 남의 손을 빌면 결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의 우선 순위를 잘 짜고 적시적기를 놓치지 않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모름지기 대통령의 직무란 해야 할 일만 챙기기에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이다.





예영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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