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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소 코앞인데 왜 안 태워줘?” 억울한 버스 승차거부의 진실

중앙일보

2026.07.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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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버스 승차 허용구역]

서울 시내버스에 승객들이 승차하고 있다. 중앙일보

서울 시내버스에 승객들이 승차하고 있다. 중앙일보

‘10m.’

길 건너편 정류소에 마침 타려던 시내버스가 도착했고, 횡단보도에 보행자 신호등이 켜져서 서둘러 뛰어갔는데 버스 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정류소에서 승객을 다 태우고 이미 버스를 움직였다는 이유 등인데요.

하지만 시민 입장에선 횡단보도 앞에 버스가 정차해있고, 버스 전체가 정류소를 채 빠져나가지도 못한 상황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납득이 안 될 수 있습니다. 바쁜 시간에, 그것도 운행 간격이 긴 탓에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버스라면 더 그럴 텐데요.

게다가 유사한 상황에서 어떤 기사는 문을 열어주고, 또 어떤 기사는 거부하다 보니 더 혼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때론 승차를 불허하는 기사와 항의하는 시민 사이에 시비가 붙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승차를 허용하는 기준은 뭘까요.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경우 2018년에 시내·마을버스 등을 대상으로 보낸 ‘여객자동차운수사업 개선 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 및 시행안내’공문에 답이 있습니다.
자료 서울시

자료 서울시


당시 공문을 보면 서울시는 ‘승하차 영역의 확장' 항목에서 가로변 정류소는 횡단보도 정지선 등 신호대기에 의한 정차 시 정류소 전방 10m 이내에서 승객의 안전이 확보될 경우 승·하차를 허용토록 했습니다.

또 중앙버스차로 정류소는 신호대기 중에 안전이 확보될 경우 가속구간에서도 승객의 승·하차를 허용했는데요. 단, 가속구간에 안전펜스가 설치된 때는 승·하차가 불가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변 정류소의 경우 10m 이내 여부를 따지는 기준점은 정류소 표지판에서 버스의 승차 문까지입니다. 시내버스는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이가 대략 10~11m가량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해당 기준에 적용해보면 가로변 정류소에서 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가 바로 앞 횡단보도에 멈춰선 경우 버스 전체가 정류소를 빠져나간 게 아니라면 대부분 승차 허용 범위 안에 있을 겁니다.
가로변 정류소에서는 표지판이 기준점이다. 강갑생 기자

가로변 정류소에서는 표지판이 기준점이다. 강갑생 기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승차 허용 범위 안에 있는데도 기사가 승차를 거부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관련 절차를 거쳐 버스회사는 과징금 또는 사업일부정지 처분을, 해당 기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따져봐야 할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승객의 안전이 확보될 경우라는 단서 조항인데요. 기사 입장에선 사실상 정류소를 떠난 상황에서 승차 문을 열었다가 자칫 사고라도 나면 책임이 적지 않아 부담이 클 겁니다.

또 가로변 정류소에서 정차할 때는 승·하차할 승객이 있는 경우 도로 경계석으로부터 50㎝ 이내로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기사는 정류소를 떠날 때 아예 곧바로 차로를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따져보면 가로변 정류소 부근에서 승차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기사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특정 상황에서 문을 열어줘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승객들의 승차거부 민원도 많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혼란과 갈등을 줄이려면 승차 허용 여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김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정차범위 기준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면서 승차 허용 여부에 대한 상세지침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강갑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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